“광화문광장 정치 놀음에 주민은 안중에 없나” “서울시가 발표하면 주민은 들쥐처럼 끌려다니란 말인가”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발표 이후 종로구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이후 시위 가능 지역이 넓어지면서 주말마다 소음 전쟁을 치르는 마당에 광장 확장으로 도로가 좁아지면 교통 대란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종로구청과 복수의 종로구민에 따르면 청운효자·평창동에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인근 부암동 주민들도 서명 추진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아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막기 위해 헌법소원까지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서명운동·헌법소원 등의 움직임이 있어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구청장에게 직접 항의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종로구민들은 광화문광장이 넓어지면 대규모 집회·시위가 잦아지고 교통은 불편해져 종로구가 통행이 불가능한 ‘섬’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난 2016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광화문광장이 중심이었던 집회·시위 장소는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차례차례 확장됐다. 특히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 외에도 태극기 집회 등 보수단체까지 더해져 자하문로와 창의문로 주변 도로는 주말마다 주차장을 방불케 한 지 오래다. 부암동 주민센터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차로 보통 10분이 걸리는 거리를 1시간20분이 돼도 나갈 수 없고 버스를 1시간10분 동안 기다리는 일도 잦다 보니 주민들은 주말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까지 걷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광화문광장을 3.7배 확장하고 왕복 10차선인 세종대로를 6차선으로 줄이는 안이 발표되자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청운효자동 주민인 조기태씨는 “집회·시위의 자유도 물론 있지만 행복추구권도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인데 시위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정영분 부암동 주민자치위원장도 “집회·시위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주변 상가의 매출을 비교하면 20~30% 차이가 난다”며 “지역 상권을 활성화한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의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16~18일 청운효자동·사직동·삼청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홍보부족으로 참석자가 적었다. 서울시가 “다시 설명회를 열겠다”고 밝혔지만 추가 설명회는 없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해) 주말에 교통 통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며 “광화문을 지나는 대부분 차량이 종로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향한다는 데서 단순히 종로구만의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광화문광장추진단 관계자는 “100명으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시민참여단과 시의원·구의원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 등을 운영하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에 이어 지역 사회에서도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파열음이 나오면서 서울시가 정책을 너무 조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광화문광장 완공 계획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퇴임을 1년 앞둔 오는 2021년 5월로 잡혀 있다. 고병국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종로1)은 “서울시가 너무 서두르고 있다”며 “10년이 걸리더라도 완벽한 기획을 한 후에 사업을 추진해 100년 이상 가는 광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