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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비상금’ 동원해 발행 늘린 지역화폐·온누리상품권…‘기능중복’에 ‘현금깡’ 논란까지





‘온누리상품권 10% 할인판매 vs 온누리상품권 95% 가격에 매입’

같은 상품권을 한 곳에서는 90% 가격에 팔고 다른 곳에서는 95% 가격에 사들입니다. 어떻게 될까요. 상품권을 사용하려는 이들보다는 시세차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게 뻔합니다.

정부는 지난 설 민생안정대책 중 하나로 지역사랑 상품권(지역 화폐)과 온누리상품권의 발행을 크게 늘렸습니다. 예비비와 특별교부세 등 ‘비상금’까지 동원해 지역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고자 함이었죠. 부작용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두 상품권의 기능이 중복된다는 비판부터 시세 차익을 노린 ‘현금 깡’까지 기승을 부렸죠.

정부는 지난 설 민생안정대책으로 예비비와 특교세 등 비상금을 활용해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 발행액을 확대했다./연합뉴스.


정부가 설 민생안정대책으로 예비비와 특교세를 투입한 것은 사상 처음입니다. 한 번도 쓰지 않았던 비상금을 활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시급했다는 의미죠. 이 돈으로 정부는 온누리상품권과 지역 화폐를 지난해보다 1.6배 늘린 5,750억원 규모로 대폭 확대 발행했습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년 대비 1,500억원 늘린 4,500억원을, 지역 화폐는 630억원 증가한 1,250억원을 판매 목표로 정했죠. 개인구매 할인율과 한도도 상향했습니다. 10% 할인된 가격으로 월 50만원까지 살 수 있게 말이죠. 지난해에는 5% 할인, 월 30만원 한도였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은행에 온누리상품권 판매가 종료됐음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서울경제DB




문제는 할인율을 높이면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이들이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10%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판매했는데 백화점이나 전통시장 인근의 상품권 거래소에서는 95% 가격에 상품권을 매입했거든요. 특히 각 지자체 별로 사용처가 한정돼있는 지역 화폐와 달리 온누리상품권은 전국에서 쓸 수 있는 곳이 많아 더 인기를 끌었습니다. 설맞이 온누리상품권이 10% 할인 판매된 곳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 총 14개 은행입니다. 이곳에서 온누리상품권 50만원 어치를 샀다면 실제 가격은 45만원. 이를 상품권 거래소에서 모두 팔면 47만5,000원을 받을 수 있죠. 2만5,000원의 차익이 생기는 셈입니다.

돈이 된다는 소문에 상품권 브로커와 아르바이트까지 생겨났습니다. 개인 구매 한도가 있다 보니 대규모로 상품권을 취급하는 브로커와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전달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난 거죠.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은행이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서서 온누리상품권을 개인 한도까지 구매해 브로커에게 전달하면 차익 2만5,000원의 절반 수준을 챙겨가는 거죠. 중소벤처기업부의 한 관계자는 “(온누리상품권 현금 깡은) 모니터링을 통해 사후에 적발해 과태료 부과 등 처벌할 수 있다”면서도 “개인이 본래 목적과 다르게 상품권 깡에 나서는 행위를 원천 차단할 방법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누리상품권은 지역 경제를 되살리자는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역 화폐의 상황은 어떨까요. 온누리상품권과 지역 화폐는 지역 경제를 위한다는 목적은 같지만, 사용 가능 지역과 가맹점 수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든 온누리상품권과 달리 지역 화폐는 발행한 지자체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죠.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1,400개 전통시장과 상점가, 18만개 가맹점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반면, 지역 화폐는 사용처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죠. 실제 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지역 화폐를 발행했다가 온누리상품권이 등장하면서 2013년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두 상품권의 기능은 비슷하지만 온누리상품권의 활용도가 훨씬 높아 지역 화폐의 실적이 급감한 탓이죠.

이런 문제들을 막기 위해서는 온누리상품권 현금 깡 단속을 강화하고 지역 화폐를 위한 추가 혜택과 홍보 확대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1일 열린 ‘지역 화폐 활성화 방안토론회’에 참여한 이들은 지역 화폐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며 △적절한 가맹점 범위 지정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연말정산혜택 및 포인트 제공 등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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