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보편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지식은 소수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다. 이보다 앞서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 중세시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제는 지식과 앎은 대중화됐다. 오히려 ‘빅데이터’라는 용어까지 생겨나는 등 너무 많은 지식이 넘쳐나 이를 거를 개인의 인지능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다. 책 ‘당신의 지적 초조함을 이해합니다’는 중국에서 1,000만 회원을 보유한 지식 어플리케이션 ‘더다오’의 창업자 뤄전위가 저자이며, 몇 년 전 국내에서도 커다란 인기를 끌었던 채사장 작가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에 견줄 수 있다. 다만 뤄전위는 채사장과는 달리 수 많은 지식을 독자들과 공유하며, 사회의 본질을 뚫고 효율적으로 지식을 습득해 생존을 위한 인지 능력 극대화법까지 소개한다.
특히 저자는 독자들에게 인지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이과적 사고, 경제학적 사고를 할 것 강조했다. “당신의 인지 능력이 스스로의 바람대로 세상을 직관적으로만 판단하는 일반인 수준에 머문다면, 미안하게도 당신은 인지의 감옥에 갇힌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화되고 감정적인 사고방식(문과적 사고)의 허점은 무엇인가? 가장 분명한 것은 문과적 사고는 데이터에 기반해 이 세상을 설명할 능력이 없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것은 빅데이터 시대에 지식을 추구하고 이를 생존법으로 만들려면 능동적으로 사고하라는 것이다. 수많은 지식 앞에서 압도되지 않고 어떤 것을 어떻게 취해야 할지 ‘지적으로 초조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렇다면 지적으로 초조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 저자는 이 세계의 본질의 변화에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과거에는 지적 콘텐츠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내용의 수준’이었다며, 이제는 그것을 소비하는 ‘심리’가 주안점이 됐다는 의미에서다. 책은 방송국 아나운서였지만, 콘텐츠 투자자로 변신한 장취안링을 통해서 고통이 수반되는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 다룬다.
또 국내에서도 커다란 인기를 끌었던 ‘괴짜 경제학’의 저자 스티븐 레빗을 통해 경제학적 사고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컨대 1990년대 이후 미국 뉴욕의 범죄율이 왜 급감했는지, 일본의 스모가 왜 종교적이면서도 동시에 세속적인지, 테러리스트를 색출하기 위한 빅데이터 기법 등의 사례를 통해 경제학적 사고가 어떻게 문과적 사고와 다른지를 분석해냈다. 그러면서 1990년대 이후 뉴욕에서 범죄율이 급감한 것을 두고 정치인들이 잘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는 이들을 향해 “범죄율 감소는 1970년대부터 낙태를 합법화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주로 하층민이 가난 때문에 낙태를 하는데, 미국에서는 낙태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악조건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범죄 환경에 쉽사리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는데, 낙태가 합법화된 이후 이런 문제가 완화됐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현명한 사람은 더 많이 보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마음 깊이 와 닿는 대목이다. 결국 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모든 사회 현상, 즉 우리가 헤쳐 나아가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이 알아야 하겠다. 다만 이 앎이 단지 지식에서 끝이 나고, 직관적 사고와 감성에 머무른다면 우리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니, 보다 냉정하게 지식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1만7,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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