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 규제 개혁 작업이 업계 내 분란, 관계부처의 강경방침, 국회 입법 표류 등으로 인해 난마처럼 얽히고 있다. 특히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검사서비스 제도와 관련해선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여전히 강경한 인증기준을 고수하면서 정부의 규제개혁방침과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숨통을 터주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2~3년간 규제를 유예해주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일부 적용하고 나섰지만 그 수혜 대상기업 선정을 놓고 관련 업계간 상호 불신이 확산돼 자칫 이전투구로 비화될 조짐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코리아바이오파크에서 열린 유전체기업협의회 긴급회의에서 DTC 유전자검사서비스에 대한 규제샌드박스 적용 이슈를 놓고 주요 회원사간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 1호 규제샌드박스 대상으로 선정된 마크로젠이 유전체기업협의회 회장사라는 지위 덕분에 경쟁사들보다 먼저 산자부로부터 규제샌드박스 제도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를 얻어 이를 회원사와 공유하기 전에 자사 이익을 위해 활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대해 마크론젠측은 “규제샌드박스는 이미 상당기간 정부가 입법예고와 홍보를 통해 산업계 누구나 도입된다고 알고 있던 제도”라며 “특별히 (회원사라서) 먼저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일부 회원사와는 이번 일로 갈등이 깊어졌다.
복지부는 규제완화에 대해 여전히 보수적이다. 복지부는 지난 22일 개최한 DTC유전자검사서비스 시범사업 설명회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에 대해 74개 이상의 필수인증조건을 제시하며 강경기조를 유지했다. 업계는 하나라도 어긋날 경우 인증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인증조건들이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반발했지만 기준 완화 가능성은 현재로선 극히 낮다. DTC유전자검사서비스 업체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2~3년간 규제적용을 유예 받은 실증특례 혜택을 받더라도 이후 다시 74개 이상의 필수조건을 적용한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복지부는 이날 설명회에서 못 박았다.
한편 DTC 유전자검사서비스 외 다른 바이오 규제개혁 입법안도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관리와 지원을 강화하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과 ‘체외진단기기’ 규제완화법도 또다시 표류할 위기다. 지난해 1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 법안들은 공청회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올 2월 임시국회로 늦춰졌다. 하지만 2월 임시 국회가 열리지 못하며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데다, 시민단체의 반발이 더욱 커지고 있어 3월에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통과될 지 미지수다.
국회 야당 관계자는 “사실상 의원 한 명만 반발해도 상임위를 통과할 수 없는데, 지금 의료민영화를 명분으로 K바이오 규제 완화 법안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