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1절 100주년 특별사면’으로 시국집회 관련자 107명을 사면·복권했다. 특사 대상으로 거론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집회·시위 사범들이 대거 포함된 반면 기업인들은 이번에도 제외돼 ‘코드 사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6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어 3·1절 100주년 특별사면안을 의결했다. 대상자는 총 4,378명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사면이다.
28일자로 시행되는 이번 특사는 2018년 신년 특사보다 시국 사건 관련자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정부는 앞선 특사에서 용산 참사 관련자 25명만 사면했다. 사건별로는 △광우병 촛불시위 13명 △밀양 송전탑 5명 △제주 강정마을 19명 △세월호 11명 △위안부 합의 22명 △사드 배치 30명 △쌍용차 파업 7명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사회적 갈등 치유와 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대표적 사건 7개를 선정하고 그중 대상자를 엄선해 사면했다”고 설명했다. 집회에서 중한 상해를 일으켰거나, 화염병 투척 등 폭력시위를 저지르거나 주도한 사람은 이번 특사 대상에서 배제됐다. 일각에서 특사 대상으로 거론되던 한 전 위원장이 이번에 제외된 것은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특별사면이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이번 특별사면에 집회·시위 사범이 대거 포함돼 과격한 시위를 하더라도 언젠가는 사면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집회·시위에 대해 공권력을 엄격하게 집행하기 힘든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사 여부가 주목됐던 한 전 총리, 이 전 지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 정치인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부패 범죄를 저지른 정치인·기업인·공직자는 사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부패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내란 선동 혐의로 9년형을 선고받은 이 전 의원도 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는 “이명박·박근혜 적폐 정권의 국가폭력 피해자 대사면이라는 시민사회의 기대에 반의반도 못 미치는 참으로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유관순 열사에게 최고등급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가 서훈하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관순 열사가 3·1독립운동의 표상으로 국민에게 각인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1등급 훈장 추서의 자격이 있다”며 “이번 추서가 3·1독립운동 100주년의 의미를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관순 열사에게는 3등급인 ‘건국훈장 독립장’이 수여됐었으나 훈격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문 대통령은 제100주년 3·1절 중앙기념식장에서 유관순 열사 유족에게 훈장을 직접 수여할 예정이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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