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이 유력시됐던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돌연 포기 의사를 밝히자 하나금융그룹이 차기 행장 인사를 신속하게 결정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사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점에서 나쁜 선례를 남기며 ‘관치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하나금융그룹이 차기 행장 인선을 놓고 갈등을 빚어오던 가운데 결국 함 행장이 3연임을 포기하면서 관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당초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사이 2∼3명의 복수후보를 추리고 하나은행 임추위가 최종 행장을 선택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이 1차 명단에 함 행장이 포함되고 결국 3연임을 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지난 26일 하나금융 임추위에 속한 사외이사 3명을 따로 면담해 함 행장의 법률 리스크를 따져봐야 한다며 제동을 걸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같은 금감원의 행보를 놓고 금융권에서는 관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함 행장의 1심 판결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금감원은 지배구조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 감독기관의 기본 책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법적 판단을 고려하지 않은 채 민간 은행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했다”고 짚었다.
하나은행 인사 시스템에 대한 시각도 엇갈렸다. 금감원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하나은행 내규는 직원이 검찰에 기소되면 직무에서 배제하도록 하고 있으나 정작 은행 경영을 책임지는 임원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하나금융 측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직원에 한해서만 직무에서 배제하고 있고 실제 채용비리 재판을 받고 있는 일부 직원들의 경우 재직 중이라며 맞섰다.
하나금융과 금감원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회장 후보 인선을 앞둔 지난해 초 금감원은 지배구조 검사를 이유로 하나금융 이사회 측에 선임 일정을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막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사외이사진이 회장 인선을 강행했고 김 회장은 3연임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함 행장이 용퇴를 결심한 배경에는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또다시 빚어질 경우 김 회장 체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차기 하나은행장으로 추천된 지성규 후보는 1963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1991년 하나은행에 입행해 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과 하나금융지주 글로벌 총괄 부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 후보는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은행장을 지내며 전략·재무·영업 전반에서 탁월한 식견과 경험을 키웠다”면서 “은행의 위상 강화 및 세대교체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하나카드의 신임 사장에는 장경훈 하나은행 부행장이 단독 추천됐다. 장 후보는 1963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하나은행 웰리빙그룹 부행장과 하나금융투자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하나금융투자와 하나캐피탈의 경우 이진국 사장과 윤규선 사장이 연임 후보로 추천됐다. 각사 최고경영자(CEO) 후보들은 오는 3월21일 각사별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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