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역주택조합으로 피해를 본 민원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업무계획을 통해 ‘지역주택조합’의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지만 일각에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원인 A 씨는 “지역주택조합 자체는 이미 사기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한 지 오래”라면서 “수많은 피해자들이 소송 등을 통해 오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데 찔끔찔끔 새로운 규제를 내놓는 것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집을 지으려는 무주택 가구주들이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비를 부담해 직접 개발하는 방식이어서 일반 분양 아파트에 비해 추진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느슨한 법망을 이용해 업무대행사 대표가 비리혐의로 구속되는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올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주택조합의 가입을 가구당 1건으로 제한하고 광역생활권까지 허용한 지역주택조합 가입 요건을 동일 시·군 및 연접시군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역주택 조합 가입 후 일정 기간(30일) 이내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계약해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뿐 아니라 조합원 모집 과정에서 주요 계약 내용에 대한 설명 의무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자금집행 부분에 대한 규제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강진 법률사무소의 이강진 변호사는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조합에 예산 승인을 받지 않고 임의로 자금을 집행했을 때 형사 처벌 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이 돼 있는 반면 지역주택조합은 아무런 페널티가 없다”면서 “일 년에 단 한 번도 총회를 열지 않고 멋대로 자금이 운용되는 사업도 수두룩 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동안 규제가 몇 번 나왔는데 왜 이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합원 모집 과정에서 계약 내용에 대한 설명 의무를 강화한 부분도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작성할 서류만 많아질 뿐 지역주택조합을 일반 분양 아파트인 것처럼 속여 가입을 유도하는 등의 행태가 근절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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