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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팩트풀니스] 당신이 받아들인 '사실', 사실은 '팩트'가 아니다

■한스 로슬링 지음, 김영사 펴냄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 탓

'느낌'을 '사실'로 인식해

사회적 혼돈·갈등 일으켜

'테드' 스타강사 로슬링 유작

출간 전부터 올 기대작 꼽혀





지금 세계는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에는 책, 신문, 방송 정도가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매체였다. 지금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해 유튜브 등 동영상 채널이 수없이 많아지면서 정보와 지식은 이제 몇 번이고 거르고 확인해야 하는 대상이 됐다. 오죽하면 ‘팩트 체크’라는 말까지 생겨났겠는가. 가짜 정보의 가장 심각한 폐해는 정보 왜곡에서 더 나아가 잘못된 가치관을 강화하면서 극단적인 분노나 증오, 좌절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한다는 것이다.

‘팩트풀니스(factfulness)’는 세계적으로 확증편향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팩트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사실과 의견·주장을 구분하지 못해 편견에 빠지고 감정을 소모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역작이다. 저자인 한스 로슬링은 의사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이자 통계학자라는 독특한 학문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인도주의 의료단체인 스웨덴 국경없는의사회의 공동 창립자이며, 세계적인 지식·강연 플랫폼인 테드(TED)의 스타 강사이기도 했다.

그가 ‘팩트에 근거한 세계관을 무지를 타파하자’는 주제로 강연한 14차례 테드 동영상은 조회 수 3,500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팩트풀니스’는 사람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평생을 헌신해온 로슬링 박사가 2017년 2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며 남긴 유작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극찬한 바 있어 국내 출간 전부터 올해의 기대작으로 꼽혔다.

우선 로슬링은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을 테스트하기 위해 2017년 한국을 포함한 14개국 1만2,000명을 대상으로 13가지 문제를 풀게 했다. 문항은 세계 인구의 다수가 사는 나라들의 평균 소득 수준, 전기를 공급받는 인구 비율 등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평균 정답률은 13개 문제 가운데 2개로, 16%에 그쳤다. 침팬지가 정답을 무작위로 고를 때의 33%보다 훨씬 낮은 수치이다. 더 놀라운 점은 똑똑한 사람일수록 실상을 잘 알지 못하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왜 나왔을까. 저자는 바로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본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세상을 판단할 때 직관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참고하는데, 비합리적 본능으로 인해 틀린 답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령 ‘저소득 국가들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의 비율’, ‘세계 인구의 다수는 어디에 살까’, ‘지난 20년 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 등 세 가지 문제의 정답을 맞춘 사람은 평균 10%가 조금 넘었다. 로슬링은 저소득 국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높은 오답률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한다. 그저 가난한 나라 여성들을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세상이 점점 살기 어려워지고 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저소득 국가에 살 것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이 20%가 안 되는 곳은 아프가니스탄 남수단처럼 예외적인 몇몇 나라 정도에 불과하다. 또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지난 20년간 극빈층은 거의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

로슬링은 이처럼 사실과 주장, 직관을 혼돈하는 것이 사회 갈등을 야기하고 스트레스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세상은 우리가 상상해서 느끼는 것만큼 그렇게 나빠지지 않고 있는데도 그릇된 믿음이 부정적인 감정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책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절대 유럽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특정 집단은 게을러서 안된다는 생각 등이 편견이라는 것을 통계와 수치라는 팩트로 증명한다. 결국 저자는 ‘팩트를 건조하게 받아들이면 그릇된 판단을 하고 부정적인 느낌으로 감정을 소모할 일이 없어진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1만9,8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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