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1위 베이커리 브랜드로 자리 잡은 ‘뚜레쥬르’는 올해를 변화의 원년으로 삼았다. 올 상반기 커피·음료 판매 공간을 대폭 넓힌 카페형 모델도 선보인다. 베트남은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으로 커피 수요가 전반적으로 높으며 토종 커피 브랜드 ‘콩카페(CONG CAPHE)’를 국내에 선보일 만큼 로컬 커피 브랜드의 영향력도 막강해졌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베이커리 시장보다 커피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판단해 음료 바와 좌석의 공간 비율을 베이커리 공간만큼 늘린 카페형 매장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뚜레쥬르의 베이커리 제조 역량에 더해 커피도 맛있는 프리미엄 카페형 베이커리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뚜레쥬르는 2007년 베트남에 깃발을 꽂은 후 2017년까지 공격적으로 매장을 열었지만 현재는 무리한 출점 대신 효율적인 매장 운영에 방점을 찍었다. 실제로 올 1월 기준 매장 수는 33개로 2017년(37개)부터 줄어들고 있다. 나상천 CJ푸드빌 베트남 법인장은 “지난해 뚜레쥬르 베트남의 전체 매출은 전년대비 22% 상승했고 점포 당 매출도 꾸준히 오르는 추세”라면서 “올해 추가로 10개 매장을 오픈하는 동시에 부실 점포는 정리하면서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베트남에 첫발을 디딘 파리바게뜨는 현지 트렌드를 반영한 메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국내 매장과의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베이커리의 현지화 수준이 낮았지만 최근에는 개발이 쉬운 음료 위주로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메뉴를 선보였다. 직원을 대상으로 경연 대회를 열어 신메뉴인 ‘블랙슈가 밀크티’와 ‘블랙슈가 맛차’를 개발한 것도 이와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김승훈 SPC 베트남 하노이 법인 팀장은 “진한 단맛을 선호하는 동남아시아 국가 위주로 흑설탕 기반의 음료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주류업체는 소주를 앞세워 베트남 문을 두드렸다. 동남아 소주 시장의 32%를 차지하는 베트남에서 승기를 잡아야 다른 국가에서도 성공적으로 한국 소주를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포장마차 콘셉트의 ‘진로포차’를 접고 지난 1월 ‘진로 BBQ’를 오픈했다. 진로포차가 홍합탕·닭발 등 한국인이 즐기는 안주로 현지인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계에 부딪히자 최근 베트남인들에게서 각광 받는 한국식 바베큐 음식점으로 모델을 변경한 것이다.
롯데주류의 플래그십 스토어 ‘K-펍 처음처럼’은 현지인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호안끼엠에 터를 잡았다. 대다수의 한식집이 한인 거주 지역에 들어서는 것과 달리 현지인과 관광객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다.
김경돈 코트라 하노이 무역관은 “베트남인들은 기본적으로 한국 문화를 선호하지만, 변화에 민감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고 오히려 실리를 따진다”면서 “한류나 박항서 효과에 지나치게 기대기 보다는 트렌드·상권 분석을 통한 철저한 콘셉트화로 베트남 시장에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노이·호찌민=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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