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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자율차 어디까지 왔나]병목구간도 척척, 방지턱까지 사뿐히

‘아날로그 교통신호 인식’에 자원 소모

6만대 vs 60대 물량 싸움부터 밀려

한양대와 LG유플러스가 개발한 5세대(G) 통신 기반 자율주행차 에이원(A1)이 11일 강변북로를 달리는 동안 운전자가 해들에서 두 손을 뗀 채 주행 상황을 살피고 있다. A1은 이날 강변북로와 영동대교, 올림픽대로, 성수대교를 통과하는 8㎞ 거리를 13분간 운행하며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사진제공=LG유플러스




지난 11일 LG유플러스(032640)와 한양대가 함께 개발한 5세대(5G) 기반 자율주행차 에이원(A1)은 강변북로에서 영동대교를 지나 올림픽대로를 거쳐 다시 성수대교를 통해 서울숲으로 돌아오는 8㎞, 13분에 걸친 일반도로 주행을 완벽히 마쳤다. 영동대교에서 진입할 때 건대입구 쪽에서 오는 차들과 순서를 번갈아 진입하는 병목구간에서도 자연스럽게 본선에 합류했고, 과속방지턱은 사뿐히 통과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A1의 수준은 미국 자동차 공학회(SAE) 분류 기준(0~5단계) 중 4단계 ‘고도 자율주행’에 가깝다.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 가능한 단계를 뜻한다. 마지막 5단계 ‘완전 자율주행’ 직전 수준까지 올라간 셈이다. A1의 이번 성과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이 세계 최초 상용화를 추진한 5G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롱텀에볼루션(LTE) 방식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지연 없이 전송하는 5G를 통해 자율차는 주위 차량과 신호체계, 관제센터와의 폭넓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안전성도 대폭 향상된다. LTE의 경우 50~100㎳(1,000분의 1초)의 통신지연이 발생하는 반면 5G는 이론적으로 1㎳까지 줄어든다. 예컨대, 시속 100㎞로 달리는 자율차에 ‘멈춰’ 명령을 내리면 LTE 망은2.8m달린 뒤에 브레이크를 밟지만, 5G 환경에서는 2.8㎝ 주행 뒤 바로 제동을 한다. 앞에 사람이 지나간다면 생사가 갈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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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가 이끄는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 ‘에이스 랩’은 자체 개발한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자율주행차 분야의 ‘알파고’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KT(030200)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판교 5G 자율주행버스 시연, 영동대로 자율주행 시연, 경기도 화성 자율주행실험도시(K-City) 준공식 등에서 KT의 5G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운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6월에는 제주도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구축 사업자로 선정됐다.

SK텔레콤(017670)도 지난해 말 K-시티에서 5G 카셰어링 자율주행차를 처음 선보였고, 실시간으로 도로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이를 5G망을 통해 고화질지도(HD맵)에 업데이트 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한양대에 따르면 미국 자율주행택시 업체 웨이모가 자율차 6만대를 주문하고 중국 바이두도 2,000대를 운행중인 반면 국내 자율차 허가는 60대 남짓에 불과하다. AI가 경험하고 공부할 데이터 원천 자체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 선우 교수는 “우리 알고리즘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자율주행 허가증 받기 조차 까다로운 환경”이라며 “카풀 도입과정에서 저항이 크듯 자율차 확대도 많은 사람(반대자 혹은 기득권) 의견을 들어야 해, 연구자로서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규제가 더 풀려야 한국형 자율차의 수준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자율주행차 개발 과정에서 교통 신호등 인식에 과도한 노력을 들이는 것도 자율차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차들이 교통 신호등을 인식하는 방식은 철저히 일방적이다. 신호등이 빨간불과 파란불, 혹은 좌회전 신호를 보내면 자율차에서 ‘눈’ 역할을 하는 센서가 그간 학습된 정보를 토대로 색깔의 변화를 인식해 두뇌로 보내 차를 출발하거나 멈추도록 한다. 문제는 신호등 인식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신호등마다 밝기나 채도가 조금씩 다르고 3구 신호등 외에 좌회전이 포함된 4구 신호등, 화살표가 오른쪽이나 대각선으로 꺾이기도 하는 등 천차만별이다. 간섭도 적지 않다. 긴 직선주로가 언덕을 타라 오르내리는 구간에서는 전방 자동차의 붉은색 후미등을 적색 신호로 인식할 수 있다. 야간에는 건물 간판 네온사인도 혼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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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쉬운 방법은 교통신호정보를 데이터로 만들어 자율차와 소통하는 것이다. 자율차는 신호등을 읽으려 애쓰지 않아도 주행 경로 상 신호를 바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통신 방식이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과 셀룰러 두 가지로 갈려 아직 표준화하지 않았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 내 표준 다툼이 벌어지는 가운데 현재만 놓고 보면 글로벌 자동차회사 등 참여자의 70%가량이 셀룰러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그간 DSRC에 무게를 둬 관련 생태계를 조성한 탓에 셀룰러 전환 시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신호등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보낼지, 표준화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자율차 개발사로서는 훗날 쓸모가 없을지도 모를 신호 인식에 힘을 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호등 인식 부담만 덜어내도 자율차 발전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현재는 두 방식 모두 운용하고 있다”며 “이제 시작단계여서 하나를 고르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차선과 도로 곳곳의 표지판 개선도 숙제다. 도로 차선을 새로 그릴 때 기존 차선 자국이 남아있거나, 여러 차선이 섞여 그려질 때 자율차는 어디로 가야할 지 종잡을 수 없다. 표지판도 야간에 인식하기 쉽도록 발광다이오드(LED) 등으로 조명이 보강돼야 한다.

업계는 도로는 국토교통부, 자동차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신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통체계는 경찰청 등 자율차 관련 부처가 3개부 1개청으로 나뉜 부분도 애로사항으로 내세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일원화된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민원이 빗발쳤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며 “인허가 등으로 대관업무를 하다 시간을 다 보낸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걸림돌은 시장성이다. 최근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율주행 패키지 옵션을 추가하는 데 얼마를 더 낼 용의가 있는지 조사한 결과 ‘5,000달러(약 570만원)’ 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미국 자율주행 택시업체 ‘웨이모’ 차량 한 대 가격이 2억원 이상이라는 점에서 판매자와 소비자간 거리를 좁히는 것도 업계의 과제로 꼽힌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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