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야당 의원들은 20일 한미동맹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신뢰를 잃어 더 이상 미국이 한국의 얘기를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미 간 견해차는 크지 않다”며 “(한미 관계에) 균열이 있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 회담을 마치자마자 맨 먼저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야당의원들은 또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공조를 깨고 대북제재를 위반한 것 아니냐, ‘완전한 비핵화’가 한반도의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비핵화인지 북한이 알고는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이 총리는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대북제재를 위반한 적이 없고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응수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최근 미국 언론에서 한미 불화설이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전화도 잘 받지 않는다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월과 6월 일본에 오는데 방한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총리가 “정확한 정보가 없다”고 답하자 강 의원은 “하노이 회담이 대참사로 끝난 마당에 한미 공조가 절실한데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두 차례 오는데 한 번도 한국에 안 들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유기준 한국당 의원은 유엔 패널보고서를 근거로 한국의 정제유가 북한으로 들어갔다면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유 의원은 “싱가포르 국적 유류운반선이 지난 2017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울산에서 5차례에 걸쳐 1번에 10만톤씩 50만톤의 정제유를 싣고 나갔다”며 “이 운반선은 제3의 국적선과 접선해 기름을 넘겼고 그 선박은 다시 북한 배와 접촉한 사실이 포착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론해보면 우리나라가 정제유를 공해상에서 북한에 전달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패널보고서 어디를 봐도 한국이 제재를 위반했다는 내용은 없다. ‘유의’ 정도로 언급돼 있다”며 “패널보고서는 관련 사안에 대해 주목(note)이라고 명시했을 뿐 위반이라고 판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유 의원은 아울러 정부가 우리나라 업체의 북한 석탄 밀반입 시도를 인지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고양시의 한 업체는 인도네시아 선박 와이즈어네스트호를 통해 지난해 북한 석탄을 밀반입하려고 시도했지만 해당 배는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됐다. 이와 관련해 이 총리는 “확인을 해보고 법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지금까지 안 했는데 무엇을 법대로 하냐”고 재차 묻자 이 총리는 “관세청이 담당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야당 의원들은 또 정부를 향해 비핵화의 개념을 분명히 하라고 강조하며 북한의 비핵화는 사실상 힘들어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5,000만 국민이 핵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다. 북한 핵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비핵화라는 게 과연 한반도의 비핵화인지, 아니면 북한의 비핵화인지 국민들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시점에서 과연 비핵화가 가능한가”라며 “나는 비핵화가 물 건너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바로 그것(북한의 비핵화)을 하고 있다”며 “미국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몇 가지 큰 제안을 했고 북한이 그 제안에 아직 답을 하지 않았다. 응답해서 비핵화 의지를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상현 한국당 의원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국제사기이자 외교사기”라며 “문 대통령이 빚보증을 잘못 섰다”고 꼬집었다. 이것과 관련해 책임을 묻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지만 비핵화는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며 “회담의 결실이 없는 것은 안타깝지만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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