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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 "교육·연구기능을 산학협력과 연계…일자리·창업으로 대학체질 바꿔야"

■ 김우승 한양대 총장이 제시하는 대학의 방향은

우수 연구원·인프라 갖추면 기업들이 알아서 협력 나서







“지난 2015년에 미국 프린스턴대의 기술이전 수입이 1,600억원가량 됐지요. 블록버스터급 생명과학 등 지식재산권(IP) 4개로 거둔 수입인데 우리나라 대학 전체 기술이전료보다 훨씬 많죠. 우리 대학도 교육과 연구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기업과 사회와 어울리는 방향으로 체질을 바꿔야 합니다.”

김우승(사진) 한양대 총장은 22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총장실에서 5월 서울포럼 발제자 자격으로 기자와 만나 “교육 강화는 물론 연구 기능을 산학협력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도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기본으로 돌아가자)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기계공학과 석·박사를 마치고 모교의 기계공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주로 산학협력 조직을 맡다가 학·연·산(學産硏) 클러스터의 모범으로 꼽히는 에리카(ERICA) 캠퍼스 부총장을 지냈다.

우선 그는 미국 기업들이 대학 중 우수한 연구자나 인프라가 있는 곳을 찾아 움직인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초로 비행기를 개발한 라이트 형제가 시험하던 곳이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는 3개의 벤처빌딩이 있는데 IBM·ABB·레드핫 등 유수 기업의 브랜치가 많다”며 “임대료를 싸게 해주지 않는데도 몰리는 것은 좋은 교수와 연구원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씨게이트가 실리콘밸리에서 피츠버그로 옮긴 것도 집값 폭등 문제도 있었지만 카네기멜런대에 협업할 수 있는 교수가 우수해서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대학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많이 기술이전 수입이 가능하냐’고 물어보면 ‘그것을 잘하는 교수를 뽑고 지원체계를 잘 갖추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 대학의 경우 바이오 분야 기술이전 대박이 정보기술(IT) 부문에 비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제 지인인 미국인 교수의 자녀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의대 석·박사 통합과정을 하는 데 총 75만달러가 드는데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한다”며 “조건은 의학과 과학의 융합 연구를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미국은 정부에서 바이오 연구비를 많이 주고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 등 바이오 쪽에 특화된 민간 연구지원기관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연구교수는 외면하고 임상의와 교수로만 몰리는 풍토와는 대조적이다.

그는 “대학 분위기가 일자리·창업·사업화를 태생부터 장려하는 것으로 가야 한다”며 “인용이 많이 되는 임팩트 팩터 높은 논문을 쓰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기술이전이나 사업화, 사회와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좋은 논문을 많이 써 영국의 QS(Quacquarelli Symonds) 세계대학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우수한 외국 유학생을 끌어올 수 있는 장점도 있어 논문·특허·사업화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한양대는 현재 2,800여명의 외국 유학생이 있는데 이들의 등록금이 재정에 적지 않게 도움이 된다.

그는 “교수 승진이나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를 받을 때 논문이나 특허 등의 비중이 크게 작용하는 게 현실”이라며 “‘논문을 위한 논문’을 지양하고 교수의 연구를 산업화로 유도하는 정책과 제도가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링크 플러스 사업의 지원금을 받은 한양대 등 전국 4년제 55개 대학을 대상으로 교수 업적평가에 산학 협력 실적을 논문 실적으로 반영하도록 조건을 달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대학의 속성은 아이작 뉴턴의 두 번째 운동법칙인 ‘F(힘·force)=m(질량·mass)·a(가속도·acceleration)’와 비슷하다. 대학은 변화를 꺼리는 어마어마하게 큰 관성질량으로 인해 외부 힘이 엄청나게 크지 않으면 가속도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대학에서 기본적인 틀을 튼튼히 하는 원칙도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미네르바스쿨이나 싱귤래리티대, 프랑스 파리의 에콜42 같은 혁신 교육기관처럼 기민하게 움직이기는 힘들지만 뿌리를 튼튼히 하며 사회와 접점을 찾아가겠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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