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지역혁신의 거점으로 주목받는 첫 ‘강소형 연구개발특구’ 지정을 놓고 지방자치단체 간 선정 경쟁이 치열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5월 연구개발특구 제도를 개편해 연구개발(R&D) 역량만 갖추면 특구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지정 요건을 간소화하면서 지자체가 앞다퉈 지정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구개발특구는 ‘연구소 40개, 대학 3개’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했지만 이제는 대학·연구소·공기업 등 R&D 역량이 우수한 기술 핵심기관과 소규모 배후 공간만 있으면 강소형 특구로 지정받을 수 있다.
31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현재 7개 기초지자체(4개 광역지자체)가 강소형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받기 위해 양보 없는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구로 지정되면 공공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연구소기업 및 첨단기술기업에 대한 세제 감면 등에 따라 첨단산업 육성 및 관련 기업 유치가 쉽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지난해 12월 가장 먼저 ‘포항 인공지능(AI)·바이오 강소 연구개발특구 지정 요청서’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했다. 특구 면적 2.75㎢에 포스텍·포항산업과학연구원을 기술 핵심기관으로, 포항테크노파크·포항경제자유구역 등 인근 산업단지를 배후공간으로 육성한다. 포항은 수도권과 대전을 제외하면 기초연구에서 사업화까지 R&D 역량이 풍부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포스코가 1조원 규모의 벤처밸리 조성계획을 발표하면서 강소 특구 지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탄탄한 과학기술 인프라로 기술사업화 성공 가능성이 높은 포항을 강소 특구 시범모델로 키우겠다”며 특구 지정에 자신감을 보였다.
경남은 창원·진주·김해·양산시 등 무려 4곳이 신청,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 창원시는 한국전기연구원을 핵심기관으로 창원국가산업단지 및 확장 구역 1.8㎢를 지능전기 기반 기계융합 산업특구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진주시는 경상대를 중심으로 혁신도시클러스터와 항공국가산단 등 1.99㎢를 항공우주부품소재 산업특구로 육성한다는 것이 목표다. 김해시는 인제대와 손잡고 특구 유치에 나섰고, 양산시는 부산대 양산캠퍼스를 핵심기관으로 해 부산대 산학단지 및 가산일반산단 일원을 바이오헬스케어산업으로 특화할 계획이다.
강소형 특구에 대한 높은 관심은 수도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경기도와 안산시는 한양대와 함께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일원을 특구 지정을 통해 안산사이언스밸리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에리카 캠퍼스 일원은 경기테크노파크와 스마트제조혁신센터 등 우수 과학기술역량을 갖춘 대학과 연구기관, 연구인력이 모여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안산사이언스밸리가 경기도 서해안과 안산시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며 강소 특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에리카 캠퍼스 일원이 강소 특구로 지정되면 수도권 첫 연구개발특구가 탄생한다.
R&D 인프라가 탄탄한 충북 역시 강소 특구 유치에 나섰다. 충북대를 기술 핵심기관으로, 오창과학산단 내 2㎢에 지능형반도체·스마트에너지·바이오헬스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혁신네트워크 활성화, 연구개발 역량강화 기반조성, 혁신친화적 기술사업화 환경조성 등을 중점 추진전략으로 설정했다.
이와는 별도로 전남은 올 하반기 특구 공모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나주 혁신도시 인근에 들어설 한전공대와 R&D 단지를 포함한 약 2㎢를 에너지신산업 메카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타 지자체와 달리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기술 핵심기관으로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특구 지정을 위한 연구개발특구위원회의 현장 실사가 끝났고, 신청 지자체의 보완작업과 5월10일 최종 보고를 거쳐 6월 첫 강소 특구 대상지역이 발표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7개 신청 지역 가운데 2~3곳 정도를 강소 특구로 최종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손성락기자 ssr@sedaily.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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