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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간다] 20g 무게 느끼고 작업 정밀도 0.1㎜…"사람 곁에서 일해도 안전"

■ 두산로보틱스 차세대 협동로봇

6개의 관절축마다 토크센서 탑재

작업자와 살짝 닿기만 해도 멈춰

소음도 거의없어 공장내부 조용

5명 개발진으로 시작해 2년만에

유럽 10개국 진출…올 美·中 목표

가격경쟁력 저가 중국산에 안밀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가 경기 수원 본사에서 본지 취재팀에 자사에서 개발한 협동로봇 M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수원=권욱기자




경기 수원역에서 남서쪽으로 4㎞가량 이동하면 고색동 수원산업단지에서 ‘두산’ 로고가 걸린 깔끔한 외관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두산그룹의 로봇 전문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의 본사 겸 생산기지다. 이곳에서는 로봇이 인간을 도와 또 다른 로봇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인간의 곁에서 작업을 도와주는 똑똑한 기계를 ‘협동로봇(코봇)’이라고 하는데 제조·서비스 산업의 혁신을 이룰 총아로 꼽힌다. 두산로보틱스의 제품들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천공장에 설치돼 제조효율성을 크게 높인 사례로 주목받기도 했다. 해당 인천공장은 구내 최초로 정부로부터 협동로봇의 설치 안전 인증을 받은 ‘1호 작업장’이기도 하다.

이 생산기지를 지난 27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탐방했다. 현장 내부는 기계가 가득한 제조공장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눈을 감고 있다면 마치 독서실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사람의 팔과 손을 닮은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M시리즈’들이 거의 무소음 수준으로 작동하기 때문이었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가 경기 수원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팀에 자사의 협동로봇 M시리즈를 시연하고 있다. /수원=권욱기자


현장 작업자들은 협동로봇과 불과 1m 남짓한 반경에서 함께 일하지만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사람과 살짝 닿기만 해도 동작을 순식간에 멈춰 충돌에 따른 부상을 예방하는 기능이 구현된 덕분이다. M시리즈 로봇이 감지할 수 있는 외부 힘의 크기는 0.2뉴턴(N)이다. 불과 20g 정도의 무게만 얹어도 로봇팔이 이를 느끼고 작업자와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급제동한다는 뜻이다. 6개에 달하는 로봇팔의 관절 축마다 힘을 감지할 수 있는 ‘토크센서’가 탑재돼 있어 M시리즈가 이 같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 로봇의 동작정밀도는 공식적으로 0.1㎜다. 실제로는 0.1㎜보다 더 미세한 정밀도로 움직인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g이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힘의 최소 단위와 비슷한 수준이며 0.1㎜의 작업정밀도 역시 인간 동작의 최소 정밀도 단위와 유사하다”며 “따라서 M시리즈는 사람 수준으로 안전하고 정밀하게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적이고 어려운 컴퓨터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어도 로봇 본체 및 조작 패드의 버튼을 몇 차례 누르는 것만으로 로봇의 동작 패턴을 자유롭게 입력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점도 해당 제품의 장점으로 꼽힌다.

두산로보틱스 수원 공장에서 인간의 팔 모양을 한 협동로봇이 작업자 곁에서 또 다른 로봇 상품의 조립을 돕고 있다. /사진제공=두산로보틱스


두산그룹이 로봇 개발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12월 무렵이었다. 문제는 연구개발(R&D) 인력 확보였다. 당시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조차 협동로봇 연구자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마침 두산그룹은 로봇과 유관한 기계·전기·전자 분야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어 내부 인재를 중심으로 초기에 5명으로 개발팀을 꾸렸다. 개발팀은 이듬해 1월부터 불과 6개월 만에 첫 프로토타입 제품(일명 ‘프로토K’)을 완성했다. 그 와중에 15~20개의 크고 작은 시제품을 만들고 폐기했다. 홍경태 두산로보틱스 수석연구원은 “초기에는 국내 기술로 협동로봇을 개발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프로토K를 완성하면서 국내 기술로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그 뒤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M시리즈 등 현재의 최종 제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두산로보틱스 수원 공장의 내부. 인간의 팔 모양을 닮은 흰색 바탕의 협동로봇들이 도열해 24시간 동안 쉼 없이 작동하며 성능 테스트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두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의 설립은 프로토타입 개발에 성공한 후인 2015년 8월에 이뤄졌다. 최종 제품은 2017년 말 무렵 양산이 시작됐으며 이듬해 곧바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2018년 6월 독일의 자동화기기 전시회 ‘오토매티카’에 M시리즈를 출품한 것이다. 첫 해외 진출 시장을 까다로운 독일 시장으로 정한 까닭에 대해 이 회사의 조수정 마케팅팀 부장은 “독일과 같이 (품질에 대한 기준이 높은) 나라에서 고객의 눈높이를 맞춘 것이 입증되면 이후 다른 국가들에 진출하는 게 쉬울 것 같아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유럽의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9~10개국에서 우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4월 미국에 진출한다. 본지 취재팀이 방문한 시각 본사의 한편에서는 미국 딜러들이 M시리즈 등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었다. 중국시장 공략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중국 최대 산업자동화 솔루션 전문기업인 보존그룹의 링호우(Linkhou)사와 대리점 계약을 맺고 협동로봇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홍 수석연구원은 “중국에서는 아직 로봇에 대한 안전규제가 미비해 현지 업체들이 생산한 로봇이 해외 시장에 수출할 정도의 안전성능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그에 비해 우리 제품은 (작업자의 충돌 부상을 막기 위한) 안전정지 등의 기능을 국제안전등급상 최고 등급인 퍼포먼스 레벨 E(PL E)를 받아 충분히 경쟁 우위에 있다”고 자신했다.

홍경태 두산로보틱스 수석연구원이 수원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팀에게 자사의 협동로봇 개발사를 소개하고 있다. /수원=권욱기자


두산로보틱스는 선진국의 품질과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하고 있다. 특히 안전을 위해 로봇팔이 6개 축마다 정밀 토크센서를 장착했음에도 그렇지 않은 중국제의 가격에도 밀리지 않는 3,000만원대 중후반~4,000만원 중반대의 가격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는 자사 로봇을 활용해 수원 제조공장의 생산성을 효율화했고 로봇의 주요 부분 중 상당수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단가를 낮추는 데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출이 아닌 한국 안방 시장에서 협동로봇을 판매하는 데는 제약이 있다. 국내 제조사들은 정부로부터 안전 인증을 충분히 받고 협동로봇을 출시하는데 고객 기업이 이를 구입해 자사 공장에 설치하려면 또다시 ‘로봇설치 사업장 안전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규제가 국내 로봇산업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홍 수석연구원은 “해외 선진국에서는 협동로봇을 구매해 설치하는 사용자가 해당 로봇의 설치가 안전하다는 것에 대해 정부의 인증을 받지 않고 스스로 ‘자가 인정’을 선언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제조 과정에서 이미 높은 수준의 안전규격을 인증받은 로봇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로봇설치 사업장 안전 인증을 자가 선언할 수 있도록 하거나 최소한 현재의 인증 절차를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개선해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수원=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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