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을 자주 인용했다. 어떤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으로 일종의 ‘기회비용’을 쉽게 표현한 것이다. 이 말처럼 선택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반드시 따른다. 그런데 최근 마치 대가가 필요 없는 점심 대접을 받는 이론이 있다.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이라 불리는 MMT가 그것이다.
이 이론은 쉽게 말해 과도한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이라면 화폐를 지속적으로 찍어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완전고용을 달성하기 위해 적자재정을 펼치는 것은 적자수준에 무관하게 아무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균형재정에 집착하는 것이야말로 일종의 ‘망상’이라는 이론을 펼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채권을 발행하거나 화폐를 찍어내더라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이 주장의 이면에는 통화발행권을 가진 정부는 절대 파산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도 하다.
MMT 이론이 고개를 든 것은 최근 수년간 지속된 글로벌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해온 미국의 경우 지금도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정부가 차입을 늘려 지출을 확대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 및 금융전문가들은 충분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이론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처음 MMT 이론이 대두된 것은 지난 1990년대 말이고 2016년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이 경제 자문을 맡으며 본격화됐다. 경제 이론의 검증을 위해서는 ‘침체에서 과열’에 이르는 경제 사이클을 국면별로 파악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프리드먼의 주장이든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MMT 이론이든 우리가 관심 있게 볼 지점은 현상을 설명해내는 합리성이다. 모든 경제현상을 하나의 논리나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1·4분기가 막 지난 올해 우리나라의 금융투자 시장은 당초 우려와 달리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00선을 간신히 버텨낸 시장은 어느덧 2,200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를 두고 다양한 배경 해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의 상승국면에서는 이를 향유할 수 있는 투자가 바람직하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누구도 제 주머니에 있는 지폐를 제 손으로 태워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제거되지 않은, 존재하는 위험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같이 시장의 수익은 얻되 동시에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비하는 노련함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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