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해 제시한 자구 계획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자구안에 사재출연이나 유상증자 등 실질적인 방안이 빠져 있어 그룹 측이 요청한 5,000억원의 신규자금 지원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게 산은의 판단이다.
산은은 지난 10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그룹이 제시한 자구계획에 대해 논의한 결과 채권단 대다수가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금호그룹은 전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구계획을 제출하면서 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자구계획을 통해 향후 3년간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등을 포함한 그룹 자산을 매각해 채권단 대출금을 갚아나가겠다고 했다. 3년 안에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채권단은 금호 측이 요청한 5,000억원을 채권단이 지원한다 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향후 채권단의 추가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채권단 회의 결과를 금호 측에 전달하고,채권단과 긴밀히 협의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아시아나항공의 자구안이 부족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세종대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퓨처스랩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또 3년의 시간을 달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이 그동안은 시간이 없었냐”며 “어떻게 보면 30년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 상황에서 3년을 달라고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채권단이) 판단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산업은행과 이런 원칙을 공유했는지에 대해 “따로 전달을 안 해도 보도를 통해 알게 되지 않을까”라면서 “5,000억원을 지원하려면 제가 말씀드린 이런 원칙에 입각해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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