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여기는 지나서 가시죠.”
11일 오후 충남 당진전통시장. 채소가게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몸을 돌려 순대국집에 들어가려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앞에 선 한 수행원이 한 말이다. 순대국집 안에는 어르신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있는 막걸리병들을 보면 이미 거나하게 취하신 듯 보였다.
박영선 장관은 순대국집 문 앞에서 양 팔을 벌리고 제지한 이 수행원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그의 옆을 지나갔다. 그리고 순대국집 문을 열고 “안녕하세요”하며 어르신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안부를 물었다. 어르신들은 환하게 웃으며 박 장관을 마주했다.
이 수행원의 행동은 이상할 게 없다. 공무원들은 상급자가 시장과 같이 사람이 많은 곳을 찾으면 동선이 꼬이거나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노심초사다. 특히 이 수행원이 팔까지 벌려 박 장관을 막은 이유는 이날 작은 소동도 있었기 때문이다. 순대국집을 오기 몇십 분 전 시장 한복판에서 한 어르신이 술에 취해 욕설과 소리를 질렀다. 박 장관을 향한 ‘울분’은 아니었지만, 수행원들은 박 장관이 신경쓰일까봐 이 어르신을 달래며 안절부절했다.
박 장관은 이날 상경했다가 오랜만에 돌아온 ‘딸’처럼 보였다. 어르신들은 박 장관을 딸처럼 반겼고 박 장관도 딸처럼 다가갔다. 이불가게를 찾아 일흔이 넘은 할머니에게 “어머님, 제 장관 첫 명함을 드려요”라며 ‘힘든 일 있으면 연락주세요“라고 당부했다. 건어물 가게에서는 “뱅어포가 특산물이면 사야지”하고 지갑에서 온누리상품권을 꺼내고 “거스름돈은 맛있는 거 사드세요”하고 웃었다. 반찬 가게에 있던 할머니와 인사를 나눈 후 몇 걸음 걷다가 “마음에 걸려서 안되겠어”라고 혼잣말을 한 뒤 뒤돌아가선 반찬을 샀다. 어르신들은 “TV에서 많이 봤다”며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박 장관과 담소를 나눴다.
9일 취임한 후 강원 산불 피해 지역에 이어 박 장관이 정책소통의 현장으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전통시장이다. 당진전통시장은 대기업 유통업체인 이마트와 전통시장이 가장 이상적으로 상생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마트로 손님이 모이는 효과를 누린 이 시장은 매출이 연 10%씩 올랐다. 박영선 장관은 이날 당진시장을 찾아 ‘상생과 공존’이라는 중기부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시장을 둘러보기 전 시장상인들과 간담회에서도 상인들의 건의를 일일이 메모하면서 듣고 “중기부로 돌아가 검토하겠다. 국회와 논의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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