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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손미진 수젠텍 대표 "퇴사 후 5년간 첨단기술 공부...출산 전날까지 일하며 회사 키웠죠"

2006년 안정된 대기업 뛰쳐나와
2011년 창업 후 육아·경영 병행
코넥스서 코스닥으로 상장 앞둬
여성 이공계 분야 더 많이 진출을
진단기기·키트 제조 플랫폼 갖춰
국내외 550개 병원에 장비 공급
체외진단기기업계 유니콘 될 것

  • 우영탁 기자
  • 2019-04-22 17:13:19
  • 피플 30면
[CEO&STORY] 손미진 수젠텍 대표 '퇴사 후 5년간 첨단기술 공부...출산 전날까지 일하며 회사 키웠죠'
손미진 수젠텍 대표./이호재기자

근래에 체외진단 분야가 새로운 한국 바이오 산업(K바이오)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숙원이던 ‘체외진단기기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해당 산업 진흥에 한층 가속이 붙었다. 지난달 21일 체외진단기업협의회장에 선출된 손미진 수젠텍 대표의 어깨는 그만큼 무거워졌다. 제도 정비로 규제가 완화된 만큼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성과를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22일 충북 청주 오송 공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산업을 새로운 법(체외진단기기법) 아래서 잘 육성시키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사를 체외진단기기 업계의 유니콘으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젠텍은 환자의 혈액·조직 등 검체로 질병을 진단하는 회사다. 일반적으로 체외진단기기는 채취된 검체 내 바이오마커를 농축하고 반응하는 데 필요한 시약, 키트, 그리고 이를 분석하는 진단기기로 구성된다. 수젠텍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이러한 플랫폼을 모두 완비한 국내 유일의 체외진단 기업이다. 손 대표는 “체외진단 분야에 있어 임상 전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진 회사”라며 “종합병원, 지역 의원, 자가진단 전 분야를 다 담당할 수 있는 곳은 세계에 몇 개 없다”고 소개했다.

지난 2011년 설립된 수젠텍은 2016년 코넥스에 기업공개(IPO)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현재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 이전상장을 앞두고 있다. 빠른 IPO가 가능했던 비결로 손 대표는 기술력을 꼽았다. 특히 기술평가위원회에 다수 포진한 의사와 약사들에게 생소할 수도 있는 분야인 체외진단 기업인데도 높은 기술력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에 손 대표는 고무됐다. 손 대표는 “언멧 니즈(미충족 수요)에 맞는 파이프라인이 주요했다”며 “현재 콧물을 이용한 치매 진단, 타액을 이용한 치주질환 진단, 혈액을 이용한 결핵 진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의사들에게도 난제로 꼽히고 있는 분야”라고 밝혔다.

이 중 혈액을 이용한 결핵 진단은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수젠텍의 핵심 파이프라인이다. 현재 결핵검사는 객담(가래)을 이용한 방법으로만 진단할 수 있다. 객담을 이용한 검사는 제대로 뱉기만 하면 99%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소아나 노인의 경우 가래를 제대로 뱉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또한 결핵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가래를 없애는 효능이 있어 성인들도 쉽게 가래를 뱉을 수 없다. 이럴 경우 의사들도 치료가 다 된 것 같아 약을 그만 복용하도록 하고 싶은데 치료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쉽게 결정할 수 없다. 하지만 혈액을 통해 결핵의 완치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면 의사의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오는 2021년 787억원, 2023년 1,633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매출과 2,000억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가진 수젠텍을 운영하는 손 대표도 처음에 회사를 창업할 당시에는 고민이 많았다. 업계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직장이자 안정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던 LG생명과학을 박차고 나온 2006년 당시 모든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고. 손 대표는 당시 분위기를 “황당함을 넘어 용납조차 불가능했던 분위기”라고 전했다.

“당시만 해도 바이오 분야에서 창업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때였습니다. 스핀오프(분사)도 요즘에서야 나오는 말이지요. 게다가 저도 마찬가지지만 LG생명과학은 그 회사를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프라이드가 어마어마한 국내 최고 기업이었습니다. 그런 회사를 박차고 나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지 않은 시선이 따라붙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제약기업 특성상 진단 분야는 전문영역이 될 수 없었습니다. 다른 파이프라인을 백업하는 역할로 한정될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창업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바로 창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핀오프를 강력하게 지원하고 창업자금까지 제공하기도 하는 오늘날과 달리 당시에는 동종업계 창업을 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하고 퇴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함께 하던 연구자 2명과 공장에서 생산을 담당하던 1명, 총 3명과 함께 창업에 나섰지만 5년간 학업과 연구소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5년간의 준비기간을 두고 창업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손 대표는 회고했다.

[CEO&STORY] 손미진 수젠텍 대표 '퇴사 후 5년간 첨단기술 공부...출산 전날까지 일하며 회사 키웠죠'
손미진 수젠텍 대표./이호재기자

“퇴사 후 저는 한국생명과학연구원에서 다시 연구원 생활을 이어갔고, 현재 부사장인 공동창업자는 바이오벤처 알테오젠에서 창업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다른 친구는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사실 퇴사할 당시만큼 용감했던 시기는 없었습니다. 창업만 하면 많은 돈이 쏟아져 들어올 줄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되돌이켜보니 5년간 첨단기술을 공부하고 외부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경험을 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바로 창업했으면 대기업의 온실 속 화초 같은 분위기에 적응했던 저희는 2008년 금융위기 때 큰 위기를 맞았을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퇴사한 당시 가장 먼저 맞이했던 어려움은 경제적인 부분이었다. 고정적으로 들어오던 수입이 사라진 만큼 생계유지부터 막막했다. 손 대표는 오히려 자신은 남편이 있는 만큼 기본적인 생계가 유지됐다며 고생하던 팀원들에게 미안했다고 밝혔다. 여성으로서 회사를 운영하며 생기는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이 당시만큼은 여성인 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그럼에도 여성이 이공계에, 더 나아가 산업계에 부족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 3명의 자녀를 둔 손 대표 역시 출산 전날까지 파이펫팅(생물학 실험 중 미생물들을 옮기는 행위)을 계속했고 출산 이후 2달 만에 회사에 복귀해야 했다고 밝혔다. 육아에도 친정과 시댁의 도움은 기대조차 어려웠다. 당연한 것처럼 육아와 일 모두를 전담해야 했다.

“제가 특별해서 육아와 일을 다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 당시에는 육아는 당연히 제가 맡아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으니까 이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지요. 수젠텍의 연구원도 반 이상이 여성입니다. 이들을 위한 출산휴가 등 복지 역시 당연히 이뤄져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연구를 하는 데 있어 육아가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하는 바람입니다.”

손 대표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전후 폐허에서 오늘날까지 오는 데는 전자·화학 등 공학인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만큼 여성들이 보다 더 많이 이공계에 진학해 산업의 주축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특히 앞으로 태어날 산업은 기존보다 더 스페셜리스트를 요구하는 만큼 산업계 리더가 될 수 있는 이공계 출신 여성들이 늘어나야 하고 이를 위해 여성들도 마음 놓고 이공계를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끔 여성과학인협회·여성공학인협회 등에서 진행하는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할 때가 있습니다. 그곳에서도 산업계에 여성이 없다는 지적이 잦았습니다. 그런데 이는 여성에게 험한 일을 시키지 않으려는 사회와 가정 분위기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한 정부출연연구소 원장이 에피소드를 소개해줬습니다. 자신의 딸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아노 등 예술을 시켰다는 것입니다. 딸이 해외에 유학을 가고 나서야 이공계 공부에 흥미와 재능을 느끼고 미래를 바꿨다고 합니다. 본인 스스로부터 여성이 어떻게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이 있지 않나 되돌아봐야 합니다.”

수젠텍은 10년 후 어떤 회사가 될까. 손 대표는 70여개의 특허와 국내 150개 병원, 해외 400개 병원에 공급하고 있는 장비들을 기반으로 퍼스트 인 클래스의 진단키트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알레르기와 자가면역 진단 시장이 전 세계 8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만큼 이들 분야에서 수익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진단장비에 들어갈 만한 우리만의 진단키트를 지속해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진단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잉진료를 크게 줄이면서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체외진단 산업의 육성뿐입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체외진단 시장의 규모가 나날이 커져 8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진단장비와 키트를 함께 만들 수 있는 회사로서 국내 체외진단기기 시장을 이끌어나가겠습니다.” /오송=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She is… △1965년 대구광역시 △1990년 경북대 미생물학과 석사 △1990~1997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 △1998~1999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초빙연구원 △1999~2006년 LG생명과학 책임연구원 △2006~2011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객원선임연구원 △2008년 충남대 의대 의학박사 △2011년~ 수젠텍 대표이사 △2013년~ 한국바이오칩학회 부회장 △2018년~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자문회의 혁신소위 위원장 △2019년~ 체외진단기업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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