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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식 루사트 대표 "가죽 인쇄기술 세계유일...블루오션 열 것"

10여년 전 '우연히' 개발한 기술

파리 진출·샤넬 납품 승승장구하다

금융위기때 부도...루사트로 재도전

순금 프린팅 카드지갑 등 中서 인기

美파슨스와 협약·와디즈 펀딩 진행

패션·가구시장서 새 바람 자신

















“가죽에 무늬나 그림을 영구히 인쇄하는 일은 세계에서 오직 루사트만 할 수 있습니다. 가죽 패션을 진화시키는 ‘핵인싸’가 되겠습니다.”

김우식(51) 루사트 대표는 25일 경기도 판교의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천연피혁 인쇄 상용화에 성공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섬유 소재와 같이 가죽에도 그림이나 무늬를 프린트하게 되면 가죽 패션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면서 “루사트의 기술력을 해외 패션·가구 업계에 본격적으로 알려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만나자마자 “천연 가죽엔 인쇄가 안 되는 사실 모르셨죠”라고 물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무늬나 그림이 있는 가죽 제품은 모두 인조피혁이다. 가죽의 느낌을 주고 싶을 땐 우레탄이나 폴리염화비닐(PVC) 필름에 인쇄를 한 뒤 그 아래 천연가죽을 붙이는 방식을 쓴다. 실제 천연가죽으로 만든 구두는 인쇄가 들어간 제품이 없다. 핸드백도 천연가죽 제품은 금속 등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로고나 디자인 요소를 표출시킨다. 샤넬의 기본백을 떠올리면 쉽다. 금속 로고를 부착하고 가죽에 누빔 스티치를 통해 심미성을 부여한다. 프린트는 없다.

가죽에 인쇄가 안 되는 이유는 무두질(tanning) 때문이다. 가죽은 부패나 변형 등을 막기 위해 반드시 크롬이나 식물성 타닌을 이용해 무두질을 하는데 이는 가죽과 외부 물질의 화학적 결합을 차단한다. 때문에 가죽은 통째로 염색은 할 수 있어도 인쇄는 할 수 없다.



“저는 효소를 이용했어요. 공유결합으로 색을 가죽의 단백질과 하나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안료는 미세한 돌가루를 쓰고 용제는 오렌지유와 송진유 등 천연 제품을 씁니다. 완벽한 친환경 인쇄죠.”

루사트의 제품을 직접 보면 염료와 가죽이 정말로 ‘하나’가 됐음을 알 수 있다. 손톱으로 긁어도, 거친 물질에 거세게 마찰시켜도, 심지어 불로 지져도 색소가 분리되지 않는다.

김 대표는 가죽 인쇄 기술을 10여년 전 ‘우연히’ 개발했다. 김 대표는 서울대 화학공학과 박사과정에 있던 지난 1999년 효소 이용 인쇄기술로 정부 주최 ‘벤처코리아99’에서 장려상을 받고 학내 벤처를 창업했다. 이후 이 기술을 활용해 바닥재 등 인테리어 자재 사업을 벌여 승승장구했다.

“이때 가구 업계와 협업을 많이 했어요. 어느 날 대형 고급 소파를 하나 봤는데 시커먼 가죽에 아무 무늬가 없는 게 보기가 참 안 좋더라고요. 그때 저도 천연가죽은 인쇄가 안 된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김 대표는 이를 계기로 가죽 인쇄 방안을 연구해 성공했다. 그랬더니 패션업계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2006년 프랑스 파리의 패션 박람회 프레타 포르테에 나가 ‘혁신의 별’ 상을 받았다. 이듬해엔 샤넬 칼 라거펠트의 미국 뉴욕 패션쇼에 재킷용 프린트 가죽을 납품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로 건설 경기가 얼어붙자 돈이 돌지 않았다. 그대로 부도가 났다.

김 대표는 이후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면서도 가죽 인쇄 기술을 더욱 고도화시켜 2017년 루사트를 설립,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루사트는 궁극적으로 프린트 가죽 원단 공급사가 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현재는 기술을 알리는 게 먼저라는 판단에 중국에서 순금을 프린팅한 카드지갑 등을 판매하고 있다. 붉은색 봉투에 금색 글씨를 쓴 ‘홍바오紅布)’에 축의금을 넣어주는 중국 풍습에 착안해 붉은 가죽에 순금 프린팅을 한 지갑을 개발했다. 아울러 미국 뉴욕의 파슨스 패션스쿨, 프랫(Pratt) 인스티튜트 등과 협약하고 학생들의 디자인을 가죽에 구현해 주며 기술을 알리고 있다. 현재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 중이며 향후엔 미국 킥스타터에서도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인조피혁이 기술이 발전해 천연가죽 시대가 끝났다는 일각의 지적을 일축한다. 그는 “가죽은 인간이 육식을 하는 한 계속 나오는 부산물이고 통기성, 신축성, 복원성, 아름다움 등에서 인조 피혁과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천연 가죽 시대가 끝났다는 게맛살이 나왔으니 대게와 킹크랩 수요가 없어졌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가죽 제품의 진화를 루사트가 촉발시켜 블루오션을 선점하겠다”며 “소비자들이 가진 가죽 제품에 애견 사진 등 나만의 이미지를 프린트해주는 커스터마이징 사업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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