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해 ‘쇼크’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0%대 초반을 예상했던 시장의 전망과 달리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지난 2008년 4·4분기(-3.3%) 이후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추가경정예산 효과를 포함해 2.6%의 성장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목표달성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결국 재정을 풀어 떠받친 경제의 초라한 성적표가 적나라하게 나타났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배경으로 수출과 투자 부진을 꼽았다. 1·4분기 수출은 -2.6%로 지난해 4·4분기(-1.5%)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말부터 부진했던 반도체 수출이 올 2월 수출물량 측면에서는 다소 개선된 흐름을 보였으나 액정표시장치(LCD) 등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투자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았다. 설비투자는 전 분기 대비 10.8% 감소하며 1998년 1·4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건설투자도 0.1% 감소하며 지난해 4·4분기(1.2%) 이후 1분기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수출과 투자가 내리막길을 걷는데 내수를 지탱해주던 정부지출마저 감소한 것이 경제성장률 마이너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1.2%에서 -0.7%로 떨어졌다”며 “정부소비가 지난해 4·4분기 3.0%에서 올 1·4분기 0.3%로 줄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난해 4·4분기에는 추경 효과가 수출 부진을 상쇄했다면 올해 1·4분기에는 그 효과가 사라지면서 성장률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민간 경기가 살아나지 않았는데 정부의 재정으로 경기를 끌고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한은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2.5%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4분기 성장률을 0%로 가정하고서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2.3%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며 “1·4분기가 -0.3%를 기록한 만큼 정부의 목표 경제성장률 달성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하반기 반도체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내놓았지만 반도체 수요 회복세가 더딘데다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도 제거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성장률 달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정책은 많지 않다”며 “결국 반도체 시장이 회복되면서 수출이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최후의 방편으로 한은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올해 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빠르면 올해 4·4분기, 늦으면 내년 1·4분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해왔으나 1·4분기 GDP 성장률 쇼크를 고려할 때 10월 수정경제전망 발표 이후인 11월 중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간 한은이 기준금리에 대해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혀왔던 만큼 올해 금리 인하는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김 교수는 “한은이 지난해 실물경기가 어려웠음에도 욕을 먹어가며 금리를 올렸던 이유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것”이라며 “여전히 부동산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는 만큼 올해 중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내년에 금리를 내린다면 그때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한은은 올 경제성장률 2.5%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2·4분기에 1.2% 이상 성장하고 3·4~4·4분기에 0.8~0.9% 성장하면 2.5%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분석된다”며 “1·4분기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2008년 4·4분기 -3.3%) 최저이기는 하지만 우리 경제 상황을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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