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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피해기업 신용등급 회복 시급"

조붕구 키코 공동대책위원장

금감원장 "원점서 재조사"에

분쟁조정위 내달부터 본격 다뤄

"이번엔 제대로 된 결론 나와야"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조붕구 코막중공업 대표가 서울 여의도 신송빌딩 사무실에서 서울경제 기자에게 키코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키코공대위




“5월부터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키코(KIKO) 사건이 본격적으로 다뤄집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키코 사건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신 데다 금감원 구성원 중에서도 문제 해결 의지가 강한 분들이 많습니다. 금감원도 과거처럼 키코 문제를 일방적으로 덮지는 못할 것입니다.”

조붕구(54·사진)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신송빌딩에 자리한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붕괴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키코 가입기업들의 몰락”이라며 “이번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제대로 결론이 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금감원은 지난 26일 키코 가입기업 4곳을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해 본격적인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해 5월 윤석헌 금감원장이 “키코 사태를 원점에서 재조사하겠다”고 밝힌 지 11개월 만이다. 키코 피해 기업 사이에서 진상 규명 기대감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키코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키코는 ‘녹인(Knock-In) 녹아웃(Knock-Out)’의 약자로 사전에 정해놓은 환율 상하한선 안에서 외화를 미리 약속한 환율에 팔 수 있게 한 금융상품이다. 은행들은 2000년대 후반 거래 대금을 달러로 받는 수출 중소기업에게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키코 가입을 권유했다. 원·달러 환율이 미리 정한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면 키코 가입 기업이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라는 게 내세운 근거였다. 예컨대 1달러의 가치가 950~1,000원 사이에 머무를 경우 기업이 은행에 달러당 1,000원에 달러를 팔 수 있게끔 한 권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해외 업체로부터 거래대금 1억 달러를 받을 때 원·달러 환율이 950원으로 떨어져도 키코 가입 기업은 1억 달러를 950억원이 아닌 1,000억원으로 환전할 수 있어 유리하다. 환율이 950원 밑으로 떨어지면 계약은 녹아웃(소멸)된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환율이 1,6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키코 가입 기업 중 손해를 보는 곳이 속출했다. ‘녹인’ 조항 때문이다. 환율이 약정환율보다 높은 ‘녹인’ 지점에 들어서면 기업은 약정환율을 적용해 계약금액의 2배 가량을 은행에 내야 한다. 업체들은 가입 당시 은행으로부터 녹인 조항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키코 가입기업들이 키코를 ‘사기’라고 보는 이유다.

조 위원장은 “금감원 측에 키코가 은행의 전형적인 사기 행각이라고 하소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결국 법원을 찾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3년 최종심에서 “사기 상품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조 위원장은 “당시 금감원에서 사건을 덮으려고만 하다 보니 법원까지 갔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키코공대위에서 추정하는 피해 기업 수는 919개에 달한다. 조 위원장은 “금감원의 집계에 따르면 키코 가입기업 중 폐업한 곳이 235곳이지만, 금감원이 은행에서 자료를 받은 기업 자체가 전체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실제로 문을 닫은 곳은 400곳에 육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도 피해자다. 그가 설립한 건설중장비 전문업체 코막중공업 역시 키코로 인해 2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내고 2012년 초 법정관리를 거쳐야 했다. 다행히 각고의 노력 끝에 거래선을 회복하면서 재기를 모색하는 가운데 최근엔 미주에 대당 3억원 짜리 콘크리트 펌프 트럭을 70대 공급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럼에도 코막중공업을 비롯한 상당수 키코 가입기업은 여전히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키코 사태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이 늘어나면서 신용 등급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살아남은 기업 대다수가 C등급 수준의 신용등급에 머물고 있으며 생산량도 잘 나갈 때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저희도 법정관리를 거친 이후 생산·운전자금 조달이 잘 안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키코 가입기업의 신용등급을 키코 사태 이전 수준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신용이라는 것은 일시적인 사건만으로 단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더구나 금융권에서 일으킨 사고인 만큼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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