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코스닥 기업 A사의 경영권 지분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필자는 신뢰성 있는 투자자와 M&A를 제안했지만 A사 대표는 자체적으로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해버렸다. 이른바 ‘기업사냥꾼’들과 위험한 계약을 한 것이다. 심지어 가격 또한 불리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막상 M&A 계약 체결 후 투자자들의 태도에 신뢰가 가지 않던 그는 그제야 계약조건들에 대한 검토와 잔금 완납 등 프로세스가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자문을 요청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딜은 끝날 수 있었으나 낮은 가격과 검증되지 않은 투자자 자체를 바꿀 수는 없어 안타까울 뿐이었다. 당시 A사는 M&A 이슈로 인해 주가가 반짝 상승했지만 이후 급락했고 현재 상장 유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코스닥 기업의 M&A는 최대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가 기대한 바와 달리 투자자와의 소송(분쟁), 코스닥 기업의 상장폐지 등으로 귀결된 사례가 많다. 10년 이상 다수의 코스닥 기업 M&A를 자문한 경험에 비춰볼 때 코스닥 M&A를 추진할 때 몇 가지 사항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첫째, 신뢰할 수 있는 투자자와 안전한 딜이어야 한다. 코스닥 M&A 시장은 검증하기 힘든 투자자들이 특히 많고 무자본 M&A를 하는 기업사냥꾼이 다수이다.
둘째, 기준 가격이다. 공개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가 있지만 상장기업의 가치를 주가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비합리적인 경우가 있다. 특히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낮을수록 그런 경향이 많다. 상장프리미엄·경영권프리미엄 등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는 투자자와의 협상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셋째, 지속적인 회사의 존속과 성장이다. M&A 이후 기존 임직원을 안정적으로 고용하고 특히 대기업 벤더사가 많은 코스닥 기업들의 특성상 대기업과의 기존 관계를 잘 풀어나갈 수 있는 M&A파트너는 필수적이다.
넷째, 코스닥 기업 M&A는 무엇보다도 보안유지가 중요하다. 자칫 보안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큰 폭의 주가변동 및 그로 인한 거래소의 조회 공시 요구 등으로 M&A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이해관계자를 최소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코스닥 기업의 M&A 시장은 좋은 케이스와 나쁜 케이스가 극명히 나뉘는 곳이다. 회사의 성장에 관심이 있는 우량한 투자자뿐만 아니라 단순 자본이득에만 관심이 있는 기업사냥꾼과 같은 부적격한 투자자도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적격하지 않은 투자자와의 만남은 최대주주뿐만 아니라 소액주주·임직원 등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기업의 존속 여부까지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코스닥 기업의 M&A를 앞둔 최대주주 및 관련 종목의 소액주주는 이를 반드시 유념하고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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