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금속광물 비축업무 일원화를 위해 보유 중인 희유(稀有)금속 9종을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넘기기로 했다. 2004년부터 둘로 갈라진 희유금속 비축 기능이 15년 만에 일원화되는 것이다. 다만 1조200억원 규모로 평가받는 비철금속 6종에 대한 비축 업무는 조달청에 그대로 두기로 해 ‘반쪽짜리’ 일원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조달청이 “광물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데도 밥그릇 챙기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초 조달청·광물공사 금속광물 비축 기능 일원화 관련 회의를 연다. 회의에서는 조달청이 보유한 금속광물 15종 중 희유금속 9종 모두를 광물공사로 이관하는 데 대한 최종 합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합의 내용은 한국광물자원공사법 개정안이나 현재 제정을 추진 중인 한국광업공단법에 담을 방침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잠정 합의는 이뤄졌고 문안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금속광물 비축업무는 조달청과 광물공사가 2004년부터 나눠 맡고 있는데 그 목적과 비축 광종 등이 다르다. 조달청은 물가 안정을 목적으로 알루미늄·니켈·주석 등 6종의 비철금속 21만4,000톤과 리튬·코발트·망간 등 9종의 희유금속 3만2,000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금속 가격이 급등할 때 중소기업 등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공한다. 평가액은 총 1조1,652억원(희유금속 1,452억원, 비철금속 1조200억원)에 달한다. 광물공사는 국가 비상시 국내 기업에 원활한 광물 수급을 목적으로 크롬·몰리브덴·티타늄·희토류 등 10종의 희유금속 7만7,000톤을 비축하고 있다. 2,100억원 규모다. 이번 합의는 정부가 지난해 3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광물공사 기능조정 세부방안을 발표하면서 추진됐다. 당시에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광물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한국광업공단(가칭)으로 통합하고, 광물공사의 해외자산을 모두 매각하는 안이 담겼다. 이와 함께 이원화된 금속광물 비축기능을 조정키로 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KDI는 지난해 11월 중간보고서에서 “조달청이 보유 중인 15광종 중 전문성과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희유금속 9종을 광물공사로 이관해야 한다”면서 “비철금속 6종은 수급관리가 안정화된 만큼 정부 비축이 필요 없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9종의 희유금속은 광물공사로 넘기되, 6종의 비철금속은 약 5년 뒤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를 두고 조달청과 광물공사는 ‘동상이몽’이다. 조달청은 1조원이 넘는 비철금속 6종의 비축 기능까지 뺏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반면 부채만 6조원에 달하는 광물공사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부채비율을 단번에 떨어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광물공사가 비철금속 자산까지 가져오면 현물출자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고, 자금 조달도 유리해져 광해관리공단과의 통합작업이 수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강광우·한재영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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