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외교장관이 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정국 혼란 사태를 둘러싼 대응책을 놓고 날선 비난을 쏟아내며 충돌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운동을 주도해온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임시 대통령 체제를 지원하며 압박에 나선 반면, 러시아는 마두로 정권에 대한 지원사격을 해왔다.
양국 장관은 전화통화에서 상대방을 향해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며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모건 오타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이 베네수엘라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했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러시아와 쿠바에 의한 개입이 베네수엘라와 미·러 양국 관계에 있어 불안정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통화에서 러시아측에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면서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서방의 압도적 대다수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대오에 합류하라고 촉구했다고 오타거스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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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CNN방송 인터뷰를 통해 마두로 대통령이 쿠바로 망명하기 위해 비행기까지 대기시켜놓은 상태였지만 러시아가 이를 말리면서 베네수엘라에 남게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이에 더해 베네수엘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며 군사작전이 가능하며 필요하면 미국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언론 보도문을 통해 미국 측의 요청으로 라브로프와 폼페이오 장관 간 전화통화가 이뤄졌다고 전하면서 “논의의 중심에 미국 측의 명백한 지원으로 야권이 권력 찬탈을 시도한 베네수엘라 사태가 있었다”고 미국 배후론을 제기했다. 이어 “러시아 측은 주권 국가(베네수엘라)의 내정에 대한 미국의 간섭과 이 국가 지도부에 대한 위협이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으며, 공격적 행보 지속은 아주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충분하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외무부는 “파괴적 외부 개입, 특히 무력적 개입은 민주적 절차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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