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자를 10년 가까이 하다 보니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전국 각지에 맛있는 집 많이 알겠다”는 것이다. 물론 초창기에는 객지에 취재 가서 맛집 얘기를 들으면 일부러 찾아가 먹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식도락(食道樂)은 오래가지 못했다. 서울 식당들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어 살아남은 집들이고 경쟁까지 치열하다 보니 망하지 않고 버티는 집이라면 평균 이상은 하는 집들이다. 거기에 길 들여진 입맛이다 보니 지방 식도락 순례에 마냥 관대할 수는 없는 편이다.
게다가 홀로 다니다 보니 운전 중이거나 산에 오르느라 끼니를 건너뛰기 일쑤고 한 사람이 식당에 들어가 주문을 하면 “2인 이상만 주문받는다”고 내치는 집들도 있다. 그래서 여행 기자 오래 했다고 맛집을 많이 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10년 이상 주유천하 하다 보니 그래도 업력은 쌓였다. 그래서 출장지의 일기가 불순해 비라도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면 취재의 방향은 맛집 탐방으로 방향을 틀게 마련이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음식도 관광 콘텐츠라는 점에 착안해 맛집 마케팅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목포다. 목포시는 최근 서울에서 ‘으뜸 맛집 100곳’을 선포하기도 했는데 목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홍어 삼합이다.
삭힌 홍어의 유래는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를 배에 싣고 영산강을 따라 올라오는 도중 자연 발효돼 톡 쏘는 암모니아 맛이 나게 됐고 그 맛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게 되면서 시작됐다. 전라남도에서는 경조사에 홍어가 빠지면 잔치로 여기지 않을 정도로 사랑받아 왔지만 이제는 암모니아 냄새에 도리질 치던 외지 사람들도 그 맛에 빠져들고 있다.
목포에는 홍어집이 많지만 토박이들은 ‘금메달식당’을 먼저 꼽는다. 35년 전통의 이 식당은 흑산도 홍어만을 골라 볏짚·참숯과 함께 항아리에 넣어 숙성시키는 방식을 고수해 단계별로 숙성된 맛을 볼 수 있다. 코스 메뉴에는 홍어 삼합, 애, 찜에 내장을 끓인 탕이 줄줄이 나와 한자리에서 홍어에 대한 미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볼 수 있다. 풀코스 1인당 10만원으로 가격은 만만치 않은 편이다.
‘덕인집’은 금메달 식당과 함께 목포에서 쌍벽을 이루는 홍어 전문점으로 40년 넘게 홍어를 삭혀왔다. 이 집 역시 흑산도 홍어만을 고집하며 3년 이상 된 묵은지와 돼지 수육을 곁들인 삼합이 일품이다. 홍어 삼합 3~4인분이 9만원이다.
목포 남쪽에도 맛집들은 줄을 서 있다.
그중에서도 강진은 인근 지역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미식의 본향이다. 강진에서도 ‘청자골 종가집’은 지역을 대표하는 한정식집이다. 방에 들어서면 벽에는 ‘종가집 며느리인 주인이 담근 3년 된 묵은지를 맛볼 수 있다’는 글귀가 붙어 있다. 상차림은 4인상 10만원짜리와 12만원짜리가 있는데 굴비구이·대하구이·불고기·전복회·생선회가 올라온다. 서울이라면 최소한 1인당 5만원은 줘야 맛볼 수 있는 상차림을 2만5,000원에 맛볼 수 있다. 그릇 위에 그릇이 포개져 있거나 빈 접시를 빼고 새로운 음식을 올려줄 정도로 메뉴가 다양하다.
여수를 대표하는 요리를 꼽으라면 단연 게장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 게장 식당은 ‘두꺼비 게장’과 ‘황소 게장’이 쌍벽을 이룬다. 두 집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데 기자는 두꺼비 게장을 택했다.
상호가 말해주듯 메인 메뉴는 게장 백반인데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함께 나오고 게를 넣은 된장국과 밑반찬이 곁들여 나온다. 단체손님이 많고 사람들이 줄을 지어 들어오기 때문에 주문과 동시에 메뉴가 깔린다. 게장 재료로 쓰이는 게는 꽃게가 아니라 돌게이다. 어떻게 삭혔는지 껍질이 딱딱하지 않아 돌게를 먹을 때 느끼는 불편은 없다. 가격은 1인분에 8,000원인데 2인분부터 주문을 받는다. /글·사진(전라남도)=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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