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대란’을 피한 대가로 국민이 추가로 져야 할 부담이 국비와 수도권 3개 시도만 기준으로 산출해도 어림잡아 4,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게다가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지방의 임단협 결과와 경기도 이외 지역의 추가 요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더해지면 추가 부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버스회사의 경영개선을 요구하기 힘든 준공영제의 허점이 맞물려 국민들의 호주머니만 털린다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에 1,400억원 든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5일 ‘버스 파업 철회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전날 김 장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회에서 회동해 광역버스 국가사무 전환과 경기도 버스요금 단독 200원 인상 대책이 발표된 후 각지에서 노사 협상이 잇따라 타결돼 우려했던 버스대란은 현실화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광역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하게 되면 버스 근로자의 근로환경이 개선돼 서비스의 질과 안전이 높아진다”며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정부는 엄격한 관리하에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면밀하게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본지가 이날 복수의 버스 업계 전문가를 통해 광역버스의 국가 사무화와 준공영제 도입으로 발생할 국비 부담을 산출한 결과 연간 1,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준공영제는 버스 1대를 운행하는 데 드는 비용인 표준운송원가에서 요금 등 수익금을 뺀 비용을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제도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6개 특별·광역시(서울·인천·부산·대구·대전·광주)의 표준운송원가 평균은 대당 62만원이며 이 중 요금 등 수입금으로 75%가 보전된다. 재정충당금은 25%, 대당 15만5,000원이다. 이를 국토부가 산출한 광역버스(총 2,500대) 규모로 1년분을 계산하면 총 1,414억3,750만원이 된다. 이는 시내버스를 기준으로 한 산출법으로 광역버스의 운행적자가 시내버스보다 높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는 “향후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재정소요는 이를 토대로 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금 인상분으로 서울·인천 500억원 이상 재정보조해야=버스 노사 간 협상 결과 기사 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시도에서도 재정 투입금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수요는 큰 변동이 없어 요금 인상으로 인한 수입이 늘지 않기 때문에 임금 증가분은 대부분 재정으로 메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3년간 20% 인상’이라는 전국 최고 인상률을 내건 인천의 부담이 가장 크다. 인천은 올해 8.1%의 임금 인상으로 170억원의 재정보조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지난해 재정보조금 1,079억원의 15.7% 수준이다. 인천은 내년과 오는 2021년에도 임금을 각각 7.7%, 4.27% 인상할 계획이어서 재정보조금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도 재정부담금이 늘어난다. 성중기 서울시의회 의원(자유한국당·강남1)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표준운송원가 지급 현황’을 기본으로 산출한 결과 노사가 합의한 3.6%의 임금 인상분으로 운전직은 356억7,000만원, 정비직은 19억5,500만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여기에 경기도의 요금 200원 인상으로 인해 연간 2,500억원의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준공영제 확대 시행으로 인한 국비 지출과 임금 인상분 보전을 위한 재정보조금 등 수도권 3개 시도만 합쳐도 3,055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울산과 광주가 각각 7%와 6.4%의 임금 인상을 합의한데다 충남·북과 세종, 경남도에서도 버스요금을 연내 올리기로 했기 때문에 실제 비용은 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안일 대응·준공영제 허점에 국민들만 골탕=정부는 버스 파업으로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것을 의식해 ‘안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책 대응에 실기해 국민 부담을 키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 장관은 “버스 근로자의 무제한 노동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며 “주 52시간 도입은 버스 근로자와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는 “중앙정부가 너무 늦게 나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올해 초부터 경기도가 서울·인천시를 상대로 버스요금 인상을 요구하는 등 지자체 사이에서는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일찌감치 있었지만 그동안 버스와 관련한 노사정 협의를 진행해왔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가 참여하지 않는 등 정부가 사실상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정부가 추진했는데 정작 여파가 미치는 버스요금 인상과 재정 부담은 지자체에 떠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번 사태를 거치며 버스회사의 경영구조개선 대책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협상은 노사가 했는데 부담은 지자체, 나아가 시민이 져야 하는 준공영제의 ‘맹점’ 때문이다. 한 교통 전문가는 “지자체가 버스 회사의 손실을 메워주는 준공영제의 허점은 경쟁의 효율성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이라며 “성과 이윤 확대 등 준공영제를 보완하려는 제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변재현기자 세종=강광우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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