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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무인운반차 가로막자 '삐빅'…항공기 엔진부품 제작장비 초당 20회 체크

■항공기 엔진부품 만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스마트팩토리

80명이 할일 25명으로 가능

작업장비는 모두 로봇에 내장

재료 팽창 막으려 실온 21도 유지

세계 3대 엔진제작사 신제품 생산

기술·경쟁력 입증받아 글로벌 도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본사 스마트팩토리에서 무인운반차(AGV)가 제품을 자동이송하고 있다./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난 16일,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본사에 위치한 스마트팩토리에 들어서자 제조업 생산시설이라고 보기 힘든 깔끔한 설비와 무인운반차(AGV·Automated Guided Vehicle)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초정밀가공이 필수적인 항공기 엔진부품을 만드는 국내 유일의 기업. 자동화 설비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자 작업로봇이 엔진부품을 미세하게 절삭하고 있는 공정이 눈에 들어왔다. 작업을 집중해서 쳐다보는 사이 AGV가 곁으로 다가와 ‘삐빅’ 경고음을 냈다. 자신의 동선에서 비켜달라는 뜻이었다. 이곳에선 사람이 로봇의 걸림돌일 뿐이었다.

이 스마트팩토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항공엔진제조사들의 최첨단 엔진에 들어갈 기술력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약 1,000억원을 투자해 만들었다. 구체적으론 세계 3대 엔진 제작사인 GE와 P&W의 주력 신제품 엔진 LEAP와 GTF에 들어갈 부품을 생산한다. 규모는 약 1만1,000㎡(3,310평)이다.

기존 방식의 설비라면 80여 명이 투입돼야 하지만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해 작업인원을 25명으로 줄였다. 작업 장비는 모두 로봇에 내장시켰고, 로봇에 장비를 선택해주고 지시를 내리면 해당 정밀 가공을 로봇이 문제없이 수행한다. 이를 통해 나온 엔진부품은 AGV에 실려 레이저가 이끄는 곳으로 운반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본사 스마트팩토리에서 작업로봇이 엔진부품을 정밀가공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감상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장은 “1,400도 이상의 고열을 견뎌야 하는 항공기 엔진에 들어갈 부품 특성상 니켈·티타늄 등 절삭이 어려운 소재를 정밀가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각 공정 장비마다 1초에 20회 이상 데이터를 측정·수집하며 재료의 미세한 팽창을 막기 위해 실내 온도를 21도로 정확하게 유지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팩토리 준공 이후 공장 가동률도 80% 수준에서 90% 이상으로 상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항공엔진부품 제작사로 도약하고 있다. 세계 3대 엔진제작사인 GE와 P&W, 롤스로이스에 부품을 모두 공급하고 있으며 P&W와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함께 진행하는 수익·위험공유 프로그램(RSP·Risk and Revenue Program) 파트너사로 선정됐다.



항공기 엔진 개발에는 5조~10조원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글로벌 엔진 제작사들도 이를 홀로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술력과 경쟁력이 입증된 회사들을 개발 단계부터 참여시켜 투자를 받는다. P&W의 경우 RSP 참여 파트너는 전 세계에 8개사에 불과하다. 김영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RSP로 선정된 것은 회사 역사의 전환점이 될 만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엔 롤스로이스로부터도 ‘TOP 3’ 협력사로 선정돼 베스트프랙티스 상을 받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 같은 도약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뚝심 덕분이란 분석이 많다. 2015년 한화그룹에 인수된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매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인수된 이듬해인 2016년 1,797억원을 기록한 연구개발비는 2017년 3,973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도 4,158억원으로 상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본사 공장에서 한 직원이 항공기 엔진 부품을 검수하고 있다./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난해 12월에는 베트남 하노이에 지은 부품 신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김 회장은 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을 통해)글로벌 항공엔진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공급망을 갖춰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민수 항공엔진뿐 아니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누리호에 들어가는 7톤·75톤급 엔진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신현우 대표는 “한화그룹에 인수된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단순한 부품 공급자가 아닌 글로벌 엔진 공급 체인의 명실상부한 일원으로 발돋움했다”며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글로벌 엔진부품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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