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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희의 똑똑!일본]전기가 끊기면 자판기 앞으로?

⑧ 일본의 재난 대응 자판기

재난 경보·와이파이 공유·음료 무료 제공 등

공익 기능 탑재한 자판기‥긴급 상황서 요긴

업계 침체·전기 낭비 비판에 ‘새 역할’ 부여

접근성 활용한 구호 기능으로 안전망 강화

일본 도쿄의 한 대학 캠퍼스에 ‘비상시 구명 자판기’라는 스티커(오른쪽 위)가 붙은 재난 대응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비상시 왼쪽 아래의 노란 뚜껑을 열어 특수 핸들을 돌리면 무료로 음료를 꺼내 마실 수 있다./송주희기자




재난 대응 자판기에 설치된 특수 핸들 커버. 비상 시 중앙의 붉은색 스티커를 떼고 특수 핸들을 꺼내 70회 이상 돌리면 재난 모드가 가동돼 공짜로 음료를 꺼내 마실 수 있다./송주희기자


일본 거리에서 편의점 못지않게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자판기다. 전국에 설치된 자판기 수는 약 500만 개. 국민 1인당 자판기 설치율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가 추정한 지난해 일본 자판기 및 자동 서비스기 보급 대수는 전년 대비 113.4% 늘어난 484만 3,000대였다. 2015년까지 매년 500만 대 이상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위상이 점차 꺾이는 추세지만, 인구 대비 보급 비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편이다. 생수와 커피, 주스 같은 음료부터 주류, 아이스크림, 과자, 즉석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자판기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 ‘길거리의 작은 상점’이 빛을 발하는 때가 또 있으니 바로 재난의 순간이다.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에서는 재난 대응 기능을 탑재한 자판기가 관공서나 학교, 주차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중심으로 설치돼 있다. 외관은 일반 음료 자판기와 다를 바 없지만, 기계 한쪽에 ‘비상시 구명 자판기’, ‘재해 구원’ 등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들 자판기는 (기계마다 다르지만) △재난 정보 알림 △전기 충전(비상 배터리) △와이파이 공유기 △재난 시 음료수 무료 제공 등의 기능을 갖췄다. 전기가 끊겨도 이틀 정도 작동되도록 설계돼 긴박한 상황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음료 무료 제공의 경우 크게 원격 조정과 수동 전환의 방식으로 나뉘는데, 후자의 경우 자판기에 설치된 특수 핸들을 돌리면 전기가 자가 생성돼 음료를 꺼내 먹을 수 있다.



음료 자판기 왼쪽 아래에 ‘재난 대응 자동 판매기’라고 표시된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송주희기자


이런 기능은 자판기 시장 침체 속에 관련 기업들이 내놓은 대응책 중 하나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 전기 부족 상황이 오자 ‘자판기가 전기를 잡아먹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 그동안 누적된 업체 간 출혈 경쟁의 여파로 이윤도 크게 떨어졌다. 자판기 판매 업체들로서는 타개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업체들은 절전을 위한 자판기 개조에 나서는 한편 재난 대응 기능을 추가해 ‘위기 상황의 애물단지가 아닌 필수품’이라는 인식 전환에 나섰다.

자연재해가 빈번한 지리적 특성상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은 오랜 시간 일본인의 삶에 축적됐다. 비상 자판기 역시 ‘업계 침체 타개’라는 미션과 ‘접근성을 활용한 구호 기능’이라는 새로운 역할 부여가 맞아떨어진 사례다. 일상의 장소와 물건을 활용한 이 같은 위기 대응책은 체계적인 방재(防災) 메뉴얼과 함께 일본의 재난 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들고 있다.
/도쿄=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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