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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이스트우드'는 언제 나올까

차인표·정진영·정우성 잇단 감독 데뷔

배우로 쌓은 입지 발판 메가폰 잡았지만

김윤석·하정우·박중훈 등은 흥행서 쓴맛

할리우드와 달리 한국 각본까지 도맡아

"감각 농익기 전 설익은 재능 노출 한계"

클린트 이스트우드.




클린트 이스트우드, 벤 애플랙, 에단 호크, 기타노 다케시…

이들의 공통점은 배우나 코미디언 등 유명 연예인 출신이지만 영화 감독으로서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는 점이다. 일본의 잘 나가는 TV 스타였던 기타노 다케시는 ‘하나비’ ‘기쿠지로의 여름’ 등으로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었다. 이스트우드는 아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왕성한 현역으로 활동하는 노(老)거장이다. 1960년대 ‘황야의 무법자’ 같은 서부극에 출연하며 이름을 떨친 그는 감독과 배우를 겸하기 시작한 이후 ‘그랜 토리노’ ‘밀리언 달러 베이비’ ‘라스트 미션’ 등 깊은 성찰로 가득한 걸작들을 숱하게 쏟아냈다.

한국에도 이들처럼 영화사에 남을 만한 명작을 남기겠다는 꿈을 품고 작품 연출에 도전한 배우들이 적지 않다. 하정우·박중훈·문소리·구혜선 등 많은 톱스타가 다양한 장르의 연출작을 들고 관객과 만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시장에서 의미 있는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배우 출신으로 거장이 된 해외 영화인들처럼 세 번째, 네 번째 작품을 꾸준히 내놓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한국판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꿈꾸는 배우들이 연이어 메가폰을 쥔 연출자로 극장가를 찾는다. 지난 4월 데뷔한 김윤석에 이어 차인표·정진영·정우성 등이 차례로 감독으로 데뷔한다. 충무로에서 배우 출신 감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다큐멘터리 ‘옹알스’로 감독 데뷔를 앞둔 차인표.


TV 탤런트 출신으로 예능까지 활동 무대를 넓힌 차인표가 연출한 ‘옹알스’는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넌버벌(비언어) 코미디 팀인 ‘옹알스’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지난 2007년 KBS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로 시작한 ‘옹알스’는 이후 12년 동안 영국 웨스트엔드 등 21개국 46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차인표의 감독 데뷔작인 이 영화는 최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차인표는 “언젠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50세가 넘으니까 일이 줄어들어서 연출한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며 “그 순간 ‘영화를 평생 하고 싶으니 연출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왕의 남자’로 1,000만 배우가 된 정진영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클로즈 투 유’도 개봉 대기 중이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확신을 품었던 모든 진실이 사라지는 충격에 직면한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조진웅이 주연을 맡았다. 서울대 국문과 출신으로 다양한 현장을 거치며 어깨너머로 연출을 배운 정진영의 실력이 얼마나 스크린에 구현될지 관심이 쏠린다.



현역 최고의 톱스타 가운데 한 명인 정우성도 올해 크랭크 인을 목표로 ‘사극 액션’을 표방한 시나리오를 매만지고 있다. 그는 십수 년 전부터 뮤직비디오와 단편 영화를 꾸준히 연출하며 장편 데뷔의 꿈을 키워왔다.

개봉 대기 중인 장편영화 ‘클로즈 투 유’를 연출한 정진영.


지난 4월 개봉한 ‘미성년’의 김윤석 감독.


그동안 한국영화계에서 연예인으로 쌓은 입지를 발판으로 감독으로 데뷔한 배우들은 대부분 실망스러운 흥행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거친 남성들의 세계를 묘사한 작품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던 김윤석은 지난 4월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미성년’을 내놓았으나 29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배우로서 무수한 성공작을 보유한 하정우가 직접 만든 ‘롤러코스터’와 ‘허삼관’ 역시 흥행은 물론 비평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1980~1990년대를 주름 잡았던 박중훈이 연예계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댄 ‘톱스타’의 관객 역시 17만명 수준에 불과했다. 배우 문소리가 만든 ‘여배우는 오늘도’는 ‘미성년’처럼 개봉 전부터 평단으로부터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충무로 바깥에서 제작된 저예산 독립영화인 탓에 대규모로 관객을 만나기엔 한계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충무로에 이스트우드 같은 배우 출신 감독이 나오기 힘든 원인으로 철저한 분업화가 자리 잡지 못한 제작 시스템을 지목한다. 비교적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의 역할이 구분된 할리우드와 달리 한국에서는 배우들이 직접 각본까지 써야만 감독 데뷔를 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작품을 여러 편 연출하다 보면 화면을 구성하는 감각도 쌓이고 어느새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도 향상될 수 있다”며 “한국 배우들의 경우 이야기꾼으로서 충분한 실력을 쌓지 못한 상황에서 곧바로 각본과 연출을 겸하다 보니 설익은 재능을 노출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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