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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으로…학계로…짐싸는 공무원

[불안- 공무원사회가 심상찮다]

"공직생활 말년 편치 않아

보여주기식 보고서에 지쳐"

중앙부처 간부들 이직 러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산업정책 분야를 담당했던 A과장(행시 41회)은 이번 달 스스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는 조만간 반도체 관련 기업으로 이직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행시 42회 동기인 B과장과 C과장이 대학과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무원들이 떠나고 있다. 든든한 노후보장(공무원연금), 신분보장, 각종 해외연수 및 해외공관 근무 등 많은 혜택을 뒤로하고 민간으로 이직하는 것이다. 이직하는 곳은 학계·기업·법조계 등 다양하다. 산업부는 지난해에도 행시 37~41회 과장급 간부 3명이 민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과거 최고 엘리트들만 간다는 기획재정부도 인력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 지난해 8월까지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3~4급) 중 민간기업 이직 신청자가 100명을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에는 소위 ‘잘 나간다’는 평가를 받던 D과장이 사직 의사를 표명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직자의 대부분은 공무원사회의 중간 관리자인 과장급이다. 체력과 경험을 함께 갖춘 공직사회의 허리들, 그중에서도 소위 ‘에이스’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민간에 도전하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이직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적폐청산과 무리한 정책 전환 요구도 그중 하나다. 전직 고위직 공무원 출신 인사는 “공직사회에 있어봐야 말년이 편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국장급이 되면 나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운신이 자유로울 때 살길을 찾겠다고 나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렇다 보니 과거 일 잘하는 공무원들에게만 허용된다는 핵심 부서를 기피하고 나중에 문제 될 일이 없는 해외 근무처만 찾아다니는 공무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공직생활이 예전만 못하다는 회의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직에 입문하면 국·실장으로 승진하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지며 승진을 위해서는 상급자 비위까지 맞춰야 하는 까닭이다. 세종시의 한 공무원은 “보고를 위한 보고서, 보여주기식 보고서 만들기에 지친다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요즘은 인사철만 되면 차관이나 실·국장에게 찾아가 읍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능력보다 학연·지연을 따지면서 상급자에게 잘 봐달라고 하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남아 있는 후배 직원들의 허탈함은 더욱 크다. 경제부처의 한 사무관급 공무원은 “떠난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결국 공직사회에서 비전이 안 보여 떠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김우보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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