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1만4,000개가 넘지만 최근 두 달 가까이 처리된 안건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는 7월부터 21개 업종이 새롭게 주 52시간 적용 대상이 되지만 충격을 완화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동물국회’ 오명을 쓴 국회가 이번에는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며 최악의 ‘식물국회’를 연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1만4,066개에 달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것은 지난 4월5일이 마지막이었다.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개편 패스트트랙 철회나 합의 처리 등을 요구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거부하면서 국회가 멈춘 탓이다. 국회법상 6월 임시국회가 자동으로 열리지만 여야가 연일 ‘말폭탄’을 주고받으면서 법안 처리 전망도 어둡다.
이에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무엇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7월1일부터 △금융업 △자동차 및 부품판매업 △소매업 △연구개발업 △음식점 및 주점업 등 21개 업종 가운데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은 주 52시간을 지켜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13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주 52시간을 지키지 않는 곳은 154곳이었다. 6월 내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
빅데이터 산업을 키우기 위한 ‘빅데이터 3법’도 국회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다. 이 외에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문개인투자자 등록제 도입 등의 벤처투자촉진법, 산업재편 시 세제 등을 지원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적용 대상을 공급과잉 업종에서 신산업으로 확대하는 법안 등도 계류돼 있다. 또 유턴기업 지원 대상을 제조업에서 지식서비스산업으로 확대한 해외진출 기업 국내복귀 지원법 등도 낮잠을 자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경제가 어렵고 4차 산업혁명의 경우 경쟁국은 뛰는데 우리는 법안에 막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여야가 양보와 타협이라는 국회의 정신에 입각해 필요한 법안을 시급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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