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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票' 눈치에 정부·국회 나몰라라…발묶인 '모빌리티 혁신'

['벽'에 막힌 경제 조정자가 없다-타다]

"전통산업 보호도 필요" 모르쇠

갈등 해결할 컨트롤타워 없어

택시월급제 등 대안책 담은 법안

與野간 대립으로 한발짝도 못떼

커지는 규제리스크에 업계 시름

지난 3월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앞에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주최한 ‘타다 추방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타다 그림에 불꽃 스티커를 붙인 뒤 연막탄을 터뜨리는 화형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9일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규제 샌드박스)에서는 두 가지 모빌리티 유형이 안건에 올랐다. 이동 경로가 비슷한 승객을 이어 요금을 절반으로 줄인 코나투스의 ‘반반택시’와 6~13인승 대형 택시, 6~10인승 렌터카 운행 서비스인 벅시·타고솔루션즈였다. 반반택시의 경우 택시기사는 수입을 늘리고 승객은 요금을 줄일 수 있는 구조라 업계의 반대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는 ‘재논의’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시간을 갖고 논의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승차공유 업체 우버의 출현 이후 국내에서도 모빌리티를 혁신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지만 번번이 막히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혁신은 중요하지만 택시와 같은 전통 산업의 보호도 필요하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하며 갈등을 중재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의 시범 서비스를 접었고 VCNC는 타다 퇴출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서비스를 시작하기조차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84일째 멈춰 있는 택시·카풀 대타협=택시 업계와 카풀 업계는 3월7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택시 월급제와 플랫폼 택시 등을 대안으로 도출했다. 하지만 그 후 84일이 지나도록 관련 법안 처리는 꽉 막혀 있는 상황이다.

갈등 해소의 전제로 거론된 택시 월급제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뤄졌지만 여야 간 갈등이 팽팽하게 맞붙어 한 발자국도 진전되지 못했다. 3월27일 소위에서 국토교통부는 서울과 광역시부터 우선 월급제를 시행한 뒤 오는 2021년부터 인구 50만 대도시로 확대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방에 있는 택시운수사업자는 거의 공멸의 위기에 처하고 사업장이 문을 닫으면 결과적으로 택시기사 생계에도 여파가 미치게 된다”고 반대했다. 이 회의를 마지막으로 국토위에서 월급제를 논의한 적은 없다.



택시 업계는 타다를 합법 서비스로 만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걸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34조 2항에 따르면 11~15인승 승합차의 경우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택시 업계에서는 타다가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행령을 본래 목적과 전혀 다르게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국회도 지자체도 책임은 ‘나 몰라라’=업계에서는 현 상황의 가장 큰 문제로 갈등을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을 꼽는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법안이 통과돼야 후속 작업에 나설 수 있다며 사실상 아무 역할도,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모빌리티 업계와 관련 없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혁신 사업자들이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자칫 사회 전반적인 혁신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회는 법인택시 업계에서 자금 부담 등을 이유로 월급제 시행에 반대하고 나선 후 적극적으로 법안 통과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택시 산업과 관련해 가장 큰 권한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어떤 움직임도 없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국회가 모두 카풀 성장에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택시 업계의 ‘표심’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주요 표밭인 택시 업계를 자극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택시 업계는 여론을 만들어내고 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집단”이라며 “택시와 카풀 두 산업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 리스크에 업계만 한숨=결국 규제 리스크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업계의 시름은 늘어가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령 이재웅 쏘카 대표와 한글과컴퓨터 창업주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 네이버 창업자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논쟁을 벌인 택시 면허권 취득의 경우 사회보장제도와 택시 감차까지 연결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이찬진·김정호 대표는 최근 택시 면허권을 타다를 운영하는 VCNC에서 사들여 정부가 사업 면허로 전환해주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재웅 대표는 면허권을 사더라도 서민 택시기사들의 생계대책 등까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걸었다. 이에 더해 택시 과잉공급과 감차를 위한 보상금 재원 방안까지 마련해야 한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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