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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만필] 어떤게 더 싫은가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필러 시술 하나로 영원한 젊음 불가

개인의 선택 따라 시술결과 달라져

우리네 인생살이도 결정의 연속

더 싫은 것 피하는 '차악' 선택을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필러는 꺼진 부위를 채워서 보충해주는 물질을 총칭한다. 일반적으로는 피부에 주입하는 히알루론산 계열의 제제를 필러라고 칭하는데 그 의미를 넓게 보자면 지방이식의 지방도 필러의 범주에 속한다. 부작용의 위험이 크지만 소위 ‘야매’로 넣었던 파라핀이나 실리콘도 필러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필러주사는 고약한 인상을 풍기는 골진 미간 주름, 10년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깊은 팔자 주름, 움푹 꺼진 볼살, 대칭이 맞지 않는 턱 라인, 울퉁불퉁 꺼진 안면 윤곽을 매끈하게 보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눈 밑이나 볼살·관자놀이·이마 등의 꺼짐 현상을 주사만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어 보톡스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비수술적 안티에이징 시술로 자리 잡았다.

필러의 치료 원리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기 때문에 치료 후에 볼륨이 약간 증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과도하게 주입되면 소위 ‘강남스타일’의 빵빵한 얼굴이 될 수 있어서 꺼진 느낌만 없어지도록 주의해서 시술해야 한다. 특히 40대 후반이나 50대부터는 얼굴의 지방이 불규칙하게 꺼지고 뭉치는 경우가 많다. 지방 뭉침이 심한 부위에 무턱대고 많은 양의 필러를 주입하면 부자연스럽게 빵빵해져서 오히려 심술 맞고 더 처진 얼굴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필러 주입량은 최소로 하고 뭉친 지방부터 해결해주는 것이 선행돼야 자연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간혹 고객 중에는 꺼져서 울퉁불퉁한 것도 싫지만 얼굴의 볼륨이 증가하는 것 자체가 더 부담스럽고 싫다는 분들이 있다. 물론 볼륨이 과하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꺼져서 울퉁불퉁한 느낌만 개선되는 정도로 시술하기는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 정도도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필러의 주입량은 최소화하고 대신 다른 리프팅 시술이나 얼굴의 윤곽을 줄여주는 시술을 병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필러 시술에는 미리 고객의 주관적인 의향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결정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다. 꺼져서 울퉁불퉁한 것도 싫지만 그렇다고 볼륨이 생기는 것도 싫어 필러 시술을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대개는 필러를 처음 시술받는 분들이 시술 후 어떤 모습일지, 본인이 만족할 수 있을지 망설이게 되는데 그렇게 결정 장애가 있는 경우에 필자가 조언하는 팁이 있다. 둘 중에 어떤 게 나을지 선택하기 힘들다면 어떤 게 더 싫은지, 차악(次惡)을 선택하라고 한다. 지금 울퉁불퉁해서 나이 들어 보이는 게 더 싫은지, 아니면 젊어 보이기는 하지만 약간이라도 볼륨이 더 생기는 것이 싫은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필러 시술은 꺼진 곳을 채워주는 원리이기 때문에 약간의 볼륨감이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즉 젊어 보이면서도 볼륨감이 전혀 안 생기는 것은 필러 시술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얘기다.

“하나님 저에게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주시옵소서.”라는 기도문으로 유명한 세계적 신학자 라인홀드 니부어가 그의 기념비적 명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처음 ‘차악 선택론’을 제시했다. 최선을 선택하기 어려우면 차악을 선택하라고. 우리네 인생살이도 최선을 선택하기 고민된다면 본인이 어떤 게 더 싫은지 차악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결혼을 하면 외롭지 않겠지만 대신 자유를 잃고, 자식을 낳으면 커가는 모습에 기쁨과 행복을 얻겠지만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당연한 일이다. 먹고 싶은 것 다 먹으면서 살이 빠지는 걸 바랄 수 없고 놀 거 다 놀고 시험에서 1등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둘 다 가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둘 중에 더 싫은 쪽을 버리는 것이다. 차악 선택은 선거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치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해서 찍은 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싫어서 문 대통령을 찍은 유권자들도 많은 것처럼.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싫어서 문 대통령을 찍은 유권자들의 심정을 이 정부는 잘 헤아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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