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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행군’ 상징, 강계 찾은 김정은 “정말 틀려먹었다”

北 매체, '23일 만의 공개 활동' 보도

아사자 속출하던 시절 '자력갱생'한 곳

군수공장선 "열심히 하라" 격려했지만

교육시설선 "대단히 실망" 강하게 질타

북한 노동신문은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강도 강계트랙터종합공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강도 일대 공장과 학생 교육 시설 등을 집중 시찰하고 현지 지도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는 지난 달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참관 이후 23일 만이다.

북한에서 식량난, 간부 처형설 등이 계속 흘러나오는 가운데 과거 ‘고난의 행군’ 상징과도 같은 자강도를 방문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가 주목된다. 특히 북한 매체들은 이번 자강도 방문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일부 현장 간부들을 강하게 질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노이 핵 담판 무산 이후 계속 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내부 단속 및 기강 잡기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일 공개한 ‘자력갱생’ 선전화./연합뉴스


■‘강계정신’ 발원지 찾은 김정은, 왜?

중국 접경인 자강도의 강계는 북한 최초의 경제 선동 구호라 할 수 있는 ‘강계정신’의 발원지다. 김일성 사망 후 북한은 90년대 중반부터 극심한 경제난을 겪었다. 당시 북한에선 수백만 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강도는 행정 구역의 90%가 산지일 만큼 지형적으로 먹고 살기 힘든 지역이지만 당시 자강도는 두벌농사, 세벌농사는 물론 중소형 발전소 건설로 자력 갱생을 시도했고, 이례적으로 생산량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이에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은 자강도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고, 북한 노동신문은 1998년 2월 사설을 통해 ‘사회주의 강행군을 다그치려면 강계의 혁명정신으로 싸워야 한다’며 강계 정신 전파에 나섰다. 이후 강계는 북한에서 고난 돌파·자력갱생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전체회의에서 내각 총리에 김재룡 자강도 당 위원회 위원장이 박봉주 현 내각 총리 후임으로 발탁되자 대북 제재로 어려움에 처한 북한이 자강도 출신 김재룡을 앞세워 다시 한번 ‘고난의 행군’ 돌파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재룡 총리는 당시 취임 선서에서 “사회주의건설의 근본 방향이며 발전 전략인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완강한 공격전으로 국가경제발전의 당면목표를 점령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하노이 핵담판 실패로 제재 국면에서 벗어날 기회를 놓친 북한이 ‘자력갱생’을 외치는 길 외에는 달리 현재 경제적 곤궁함을 타개할 길이 없어 다시 강계정신을 간부와 주민들에게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강도 당,행정 및 설계기관 관계자들과 강계시와 만포시건설총계획을 검토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연합뉴스


■군사훈련에 박수 친 후 23일 만에 나타나 군수공장으로

북한 매체들이 지난 달 9일 공개했던 사진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군 부대에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1일 공개 된 김정은 위원장의 표정에선 다소 긴장감이 엿보였고, 현장 간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 발언을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강계트랙터종합공장,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 장자강공작기계공장, 2·8기계종합공장 등 자강도 일대의 공장을 연이어 방문했다. 이들은 북한의 대표적인 군수품 보급공장이다.

이 중 강계트랙터종합공장의 경우 포탄과 탄두를 생산하는 군수공장으로, 한국 정부가 2016년 9월의 북한 5차 핵실험 등에 대응해 그해 12월 단체 35개, 개인 36명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때 제재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은 소총과 기관포의 탄약류, 2·8기계종합공장은 주로 자동소총, 권총, 고사총, 소형 로켓포, 박격포 등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들 공장에서 나오는 폐자재는 일부 생활용품 제조에 사용되기도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에서 “그동안 공장에서 묵묵히 많은 일을 했다”며 “공장의 일군들과 종업원들이 자력갱생의 본보기공장으로 내세워준 당의 믿음과 기대를 심장 깊이 새기고 생산과 경영활동에서 새로운 전환을 가져오리라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배움의 천리길학생소년궁전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연합뉴스


■교육 시설 찾아 추궁·질타…또 간부 경질하나

이날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군수공장 시찰 후 강계 지역 학생들의 교육 시설을 방문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추궁과 질타가 쏟아졌다는 사실을 세세하게 보도했다. 가뜩이나 기강 잡기가 강화된 가운데 해당 간부들이 경질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6년 리모델링을 마친 강계 ‘배움의 천릿길 학생소년궁전’을 찾아 여러 내부 시설을 둘러보고, 운영 실태 전반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방문을 환영하는 학생들에겐 미소로 화답했지만 간부들에겐 불만을 쏟아냈다.

김정은 위원장은 “체육관을 표준 규격대로 건설하지 않고 어리짐작으로 해놓았으며 탁구소조실에는 좁은 방안에 탁구판들을 들여놓았다”며 기술설계를 용도에 맞게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설계를 망탕, 주인답게 하지 않았다”며 “형식주의, 날림식이 농후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불과 3년 전에 건설한 건물이 10년도 더 쓴 건물처럼 한심하지 그지없다”며 샤워장에 물이 나오지 않고, 수도꼭지도 떨어져 나가고, 조명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데도 그대로 놔두고 관심을 전혀 갖지 않는 간부들의 ‘일본새’(일하는 자세와 태도)가 “정말 틀려먹었다”고 질타했다.

심지어 그는 “기분이 좋지 않다. 대단히 실망하게 된다”며 “지금 제일 걸린 문제는 바로 일꾼(간부)들의 사상관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불호령은 노동당 근로단체부에 떨어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과외 교육 교양 부문에 대한 정책적 지도를 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동당 근로단체부는 최휘 당 부위원장과 리일환 부장이 책임자로 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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