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기업공개(IPO)를 준비해왔던 에이치라인해운이 상장을 포기하고 투자자 교체에 나섰다. 국내 주식시장을 통해 제값을 받고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장기 투자자를 모집해 기존 펀드를 갈아 끼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사모투자펀드(PEF)인 한앤컴퍼니는 모건스탠리를 금융자문사로 선정해 에이치라인의 투자자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에이치라인은 한앤컴퍼니가 지난 2014년 6월 한진해운의 전용선사업부를 5,500억원 인수해 설립한 해운사다. 2016년에는 1,200억원을 들여 현대상선의 벌크선사업부를 붙이며 몸집을 불렸다. 이후 포스코·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등 대기업·공기업과 10년 넘는 장기 운송계약을 통해 매출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4년 3,349억원이었던 매출은 현대상선을 인수한 해인 2016년 6,540억원으로 뛰었고, 지난해 기준 7,263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699억원이었던 영업이익도 1,877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4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IPO를 준비해왔다. 장기 운송계약으로 현금흐름이 나아진 만큼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던 것. 문제는 미중의 갈등 고조와 내수 부진 등의 영향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내려앉아 흥행이 쉽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장기 투자자로 구성된 펀드를 새로 조성해 형식상 1호 펀드에서 에이치라인을 사오는 구조로 회수 전략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투자유치가 성공할 경우 국내 PEF 역사상 처음으로 한 사모펀드 내에서 투자자를 바꾸는 사례가 된다. 다만 3조원가량으로 추정되는 몸값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글로벌 경기 변동에 민감한 해운업 특성상 미중 무역협상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현 정세가 투자자 모집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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