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사업자인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했던 코스닥 상장기업 지투하이소닉의 소액주주가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해당 기업의 거래정지 직전 주식을 대량 처분한 것을 두고 내부자 정보를 이용했다는 게 탄원서에 담긴 내용이다. 검찰이 이미 지투하이소닉 전·현직 경영진을 횡령·배임·가장납입 혐의로 기소한 상황이라 사건 확대 여부에 촉각이 모이고 있다. 라임 측은 소액주주 등의 탄원서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기존 경영진에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5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께 지투하이소닉의 소액주주 4명이 횡령과 배임, 사기적 부당거래 등으로 기소된 전·현직 경영진의 은닉 재산 환수 등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1년 설립된 지투하이소닉은 휴대폰 카메라용 자동초점 구동장치를 제조 판매하는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다. 자동초점(AF) 및 손떨림방지(OIS) 구동장치에 대해선 국내외에 109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탄탄한 기업이다. 실제로 2010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뒤 탄탄대로를 달리며 2013년에 주가가 8,000원대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모회사 실적이 악화로 2014년 대주주 손바뀜이 있었고 이후 경영권 분쟁이 일면서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내홍이 반복됐고 결국 지투하이소닉은 지난해 12월 13일 거래정지 된 후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밟고 있다. 이유는 대표이사의 배임·횡령 혐의였다. 이와 관련해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4월 30일 지투하이소닉의 전·현직 경영진과 무자본 M&A 세력 등 7명을 기소한 바 있다.
국내 헤지펀드 1위인 라임이 탄원서에 등장한 것은 지투하이소닉 거래정지 직전의 주식 대량 매각 때문이다. 탄원서에 따르면 라임은 거래정지 직전일인 지난해 12월 12일 KB증권에 위탁해 보유 중이던 주식 118만8,351주를 매각한다. 당일 주가는 전일 종가(1,070원) 대비 25.42% 폭락한 798원에 장을 마감했다. 탄원인들이 지투하이소닉의 대표이사와 라임의 투자 담당자가 친분이 있었고,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배임·횡령 공시 직전에 주식을 대량 매각해 최소 6억원 이상의 피해를 회피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라임자산운용 측은 터무니없는 주장이고 일축했다. 라임의 투자 담당자는 “대주주 지분이 줄어들고 있다는 공시도 나왔었고, 언론 기사도 계속 있었다. 진작 정리하거나 상황을 파악했어야 했는데 그런 게 미흡했었던 것 같다”며 “우리도 손실을 본 피해자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2,000원대 초·중반을 오르내리던 지투하이소닉의 주가는 12월 4일 전일대비 18.3%가 급락했고, 이튿날엔 1,505원까지 빠졌다. 이후 조회공시 요구에 지투하이소닉은 6일 1개월 이내에 대표이사를 변경할 수 있다는 공시를 내놓는다. 낙폭을 키운 또 다른 원인은 기존 대표이사 곽모씨의 주식 대량 매각이었다. 곽 씨는 12월 4일 3,070주를 시작으로 △6일 26만1,998주 △7일 12만2,000주 △10일 7만1,500주 △11일 131만5,179주 △12일 24만1,647주를 연이어 처분했다. 230만주에 달하던 보유 주식도 25만주까지 줄었다.
라임 측은 이번 탄원서가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라임의 투자 담당자는 “(탄원서 내용은) 사실무근이다”며 “(기존 경영진에)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현직 경영진이 배임·횡령으로 구속·기소된 지투하이소닉과 관련된 사건의 구설수에 이름을 올리면서 국내 헤지펀드 1위를 구가하던 라임의 명성엔 흠이 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24일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되던 지투하이소닉의 최종인수 예정자로 녹원씨엔아이를 선정했다. 녹원씨엔아이는 스마트폰 특수잉크 생산 기업이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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