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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팀보다 위대한 선수 없다…리틀 태극전사 신화창조 '용'틀임

■ 韓, U-20 월드컵 사상 첫 결승行

12년 유소년 대표팀 지도자 외길

정정용 감독 동기부여 리더십 속

벤치 후보까지 살피는 팀플레이에

"목표는 우승" 패기로 똘똘 뭉쳐

매경기 스릴·감동 드라마 펼치자

"군대 대신 가겠다" 인터넷 댓글도

16일 새벽1시 우크라와 최후결전

U-20 월드컵 축구 대표팀 선수단이 12일 사상 첫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루블린(폴란드)=연합뉴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때의 히딩크호, 2012년 런던올림픽의 홍명보호에 이어 2019년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의 정정용호도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팀으로 기록되고 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리틀 태극전사’들은 12일(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경기장에서 치른 에콰도르와의 U-20 월드컵 준결승을 1대0으로 통과했다. 오는 16일 오전1시 우치경기장에서 만날 결승 상대는 4강에서 이탈리아를 1대0으로 이긴 우크라이나다.

정정용호는 36년 만의 4강 신화 재연을 넘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남자대회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새 지평까지 열었다. 또 FIFA 주관 남자대회 사상 최다승(4승1무1패) 기록도 작성했다. 1983년 멕시코 청소년선수권의 3승3패, 2002년 한일월드컵의 3승2무2패를 넘었다. 여자 대표팀의 2010년 U-17 월드컵 우승(4승1무1패)이 한국 축구의 유일한 FIFA 주관대회 제패 기록이다.

‘군대에 대신 가겠다’는 인터넷 댓글이 적지 않을 만큼 U-20 대표팀은 매 경기 스릴과 감동을 주고 있다. 세네갈과의 8강에서 다 진 경기를 3대3으로 만들고 역시 다 진 것 같던 승부차기를 끝내 이겼던 한국은 이날 4강에서도 체격과 체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한 골 차 승리를 지켜냈다. 전반 39분 이강인(발렌시아)의 왼발 프리킥을 왼쪽 측면 수비수 최준(연세대)이 공격수처럼 감아차기로 마무리해 골문을 열었다. 상대 골잡이 레오나르도 캄파나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한 직후에 터진 결승골이었다. 에콰도르는 올 초 남미 U-20 챔피언십에서 아르헨티나를 두 번이나 이기고 우승한 강호다.

U-20 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정정용(오른쪽) 감독과 선수단이 12일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 앞서 애국가를 함께 부르고 있다. /루블린(폴란드)연합뉴스




한국은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1차전 0대1 패배 이후 지는 법을 잊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상대를 팀별·상황별 맞춤전술로 차례로 정복하고 있다. 세네갈 감독은 “한국이 이렇게까지 강팀인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고 에콰도르 감독은 “한국의 수비가 너무 강해 뚫기 어려웠다”고 했다.

한국은 U-20 팀이 갖춰야 할 삼박자를 모두 갖춘 팀으로 평가받는다. 리더십과 팀플레이, 패기가 그것이다. 무명선수 출신으로 12년간 유소년 대표팀 지도의 외길을 걸어온 정 감독은 요소요소 절묘한 동기부여로 선수들의 의욕을 최대로 이끌어낸다. 1승1패 뒤 3차전을 앞두고 “월드컵 무대에서 패배도, 승리도 해봤으니 이제 신나게 즐기자”고 주문한 정 감독은 승리욕이 지나치기 쉬운 16강 한일전을 앞두고는 “일본이라고 특별한 것은 아니다. 16강 중 한 팀”이라는 말로 평상심을 유도했다.

4강까지 가보자는 압박보다는 “청소년으로서 마지막 대회이니 한 경기라도 더 치르자”고 시각을 달리한 목표를 제안했다. 일정상 체력적 열세를 안고 치른 8강 때는 “FIFA 데이터에 따르면 많이 뛴 팀이 결국 이겼다. FIFA 데이터에 남게 멋지게 한판 놀고 나오자”고 격려했다. 정 감독은 결승행이 확정된 뒤 에콰도르의 막판 공세에 대한 질문에 “선수들이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두렵거나 긴장되지 않았다”며 “우리 국민과 선수들이 하나 된 것이 힘이 됐다. 이길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고 답했다.

선수들은 정 감독이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십 때 나눠준 전술노트로 포메이션에 따른 움직임을 공부해왔고 부족한 부분은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채웠다. 대학원에서 스포츠생리학 박사과정까지 밟은 정 감독을 선수들은 ‘정쌤(정 선생님의 애칭)’이라 부르며 잘 따른다. “개인 종목이면 혼자 잘해서 신기록을 내면 되지만 축구는 그렇지 않다”는 정쌤의 지론에 따라 동료들을 먼저 살피는 것도 이번 대표팀의 특징이다. 한국 선수 최초로 FIFA 주관 단일대회 4도움을 기록한 이강인은 벤치의 후보선수들이 주는 보이지 않는 힘에 감사해 하며 “저와 형들, 코치진, 국민께 이번 결승은 역사적인 날이 될 것 같다. 좋은 성적을 내고 이기면 좋겠다”고 했다. 선수들은 대회 전부터 패기 있게 외친 우승이라는 목표에 한 발짝만을 남겨놓고 있다. 공격수 오세훈(아산)은 “우리에게 결승과 우승은 꿈이나 소원이 아닌 목표였다. 우승해서 퍼레이드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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