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조사해온 유엔 특별보고관이 처음으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개입 의혹을 주장하며 국제사회의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초법적 사형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19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왕세자를 포함한 사우디 고위 관료들이 사적으로 개입한 것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신뢰할만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칼라마르 보고관은 “카슈끄지는 의도적, 계획적으로 처형됐으며, 그의 죽음은 초법적 사형이고 사우디는 국제 인권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비판했다.
카슈끄지는 주로 미국에 체류하면서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왕세자를 비롯한 왕실을 비판하는 칼럼을 미국 언론에 기고했다. 결혼 서류 문제로 작년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은 카슈끄지는 자신을 기다리던 사우디 요원들에게 살해됐고 그의 시신은 훼손돼 버려졌다. 아직 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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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터키를 찾은 칼라마르 보고관은 6개월 동안 현장 조사를 벌였고 터키 당국으로부터도 일부 증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마르 보고관은 “사우디 왕세자의 책임과 관련해 충분히 신뢰할만한 증거가 있다”면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나서서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그는 올 2월 카슈끄지 살해를 ‘사우디 정부’가 계획, 실행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번에는 왕세자를 직접 언급했다.
이에 대해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담당 국무장관은 19일 “해당 보고서는 신뢰성을 훼손하는 모순과 근거없는 의혹을 담았다”라며 “유엔 보고관은 구속력없는 자신의 보고서에 이미 나온 언론 보도를 재탕했을 뿐 새로울 게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대표와 터키, 사우디 인권 단체 등이 입회한 가운데 철저히 독립적으로 진행 중이다”라고 주장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16일 사우디 정부가 소유한 일간지 아샤르크 알아우사트와 인터뷰에서 이 사건과 관련, “그런 행태는 우리의 문화와 동떨어졌고 우리의 원칙과 가치에 반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불행히도 피의자들이 정부 관료지만 우리는 완전한 정의 실현을 추구한다”라며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이들은 당장 멈추고 관련 증거가 있다면 정의 실현을 위해 사우디의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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