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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文정부 경제정책 낙제점 면하려면

황정원 경제부 차장





“모양으로는 문책성 경질로 보이네요.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느낌도 듭니다.”

배경이 궁금했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8개월, 윤종원 전 경제수석은 1년 만이다. 발표 직후 퇴직관료(OB) 몇 명에게 전화를 돌렸다.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던 시기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으로 청와대 정책라인을 동시에 교체한 것은 올해 들어서도 악화하는 경제여건에 대한 위기감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는 올 1·4분기 마이너스(-0.4%) 성장률을 기록했고 수출은 상반기 내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에 의존한 노인 일자리 증가를 빼면 제조업과 3040 고용 사정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최근까지 “서서히 회복된다”는 경제 낙관론을 고집해 비판을 초래했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프레임에 매여 경제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도 “수세적”이라며 최근 김 전 실장을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료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김 전 실장의 발언 실수가 또 다른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관료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하자 그는 “집권 2주년이 아닌 4주년 같다”고 답했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관료들과의 호흡이 중요한 상황에 관가에서는 “하청업체” “머슴”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교체 배경이 무엇이든 김 실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는 과거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때의 이미지와는 달리 2년간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으면서 합리적이고 유연하다는 긍정 평가를 받았다. 이상주의자 성격이 강한 장하성(1기) 전 실장, 위험 요소를 조정하는 관리자형인 김수현(2기) 전 실장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특히 이전 정책실장과는 달리 야전사령관으로 내각에서 2년간 활동하다 청와대에 들어가는 만큼 관료들과의 가교를 만들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공정위원장 시절 외부에서 청와대를 바라보면서 느꼈던 답답함을 사석에서 자주 토로했다. 대통령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정책실장 자리에서도 필드에서 보여줬던 유연함이 발휘돼야 한다. 현 정부가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내각의 최장수 장관이었던 김 실장이 관료를 붙잡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김 실장은 임명 직후 조심스러워졌다. 청와대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평소와는 달리 준비해온 인사말을 읽었고 세종시에서 이임식 후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는 한마디 한마디 천천히 신중하게 발언했다. 최근 김 실장은 지난 2년간의 경제정책 총평에 대해 “대학 성적으로 말하면 평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B제로(0)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나빠진다면 C나 D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외부의 시각으로는 이 평가도 후해 보이나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에서 낙제점을 받지 않으려면 현실감 있는 정책 조정과 새로운 비전 제시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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