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 수급자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3년간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하면 잔여채무를 최대 95%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주택담보대출 채무자는 상환능력에 따라 장기분할상환·상환유예·금리인하 등을 탄력적으로 적용받는다.
금융위원회와 신용회복위원회는 오는 8일부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취약채무자 특별감면 제도’와 ‘주택담보대출 채무조정 활성화 방안’을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올해 초 발표한 서민금융 분야 정부혁신 계획의 일환이다. 대출을 줄여 부실을 막고 가계대출의 건전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취약채무자 특별감면 제도는 개별 채무자의 상환 능력에 따라 일정 기간을 갚으면 변제 금액과 상관없이 잔여채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일정 수준 이상을 변제해야 잔여채무가 면제됐던 기존 제도와 달리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고령자, 장기 소액 연체자 등이 적용 대상이다.
이 제도는 채무 과중도와 상관없이 상각채권은 70~90%, 미상각채권은 30%의 비율로 채무원금을 감면해준다. 채무원금이 총 1,500만원 이하일 경우 채무조정을 통해 감면된 채무를 3년간 연체 없이 최소 50%를 성실히 상환하면 남은 빚이 면제된다.
예를 들어 채무원금 700만원(상각채권 300만원, 미상각채권 400만원), 월소득 140만원(가용소득 4만7,000원)인 2인가구 고령자가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현재는 상각채권 70%만 감면돼 실제 상환액이 490만원으로 월 4만7,000원씩 104개월을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특별감면 제도를 통하면 상각채권 80%, 미상각채권 30%를 감면받아 실제 상환액이 170만원으로 줄어들어 매월 4만7,000원씩 36개월만 갚으면 된다.
금융위는 특별감면 제도의 적용 대상이 연간 3,500명 수준일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연간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사람이 10만명 정도 되는데 이 중 3,500명 정도가 취약채무자”라며 “기존보다 감면율이 높아져 채무를 정리하려는 이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주택담보대출 채무자의 상환능력에 맞춰 채무조정 방법을 차등적용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금융사가 채무조정 동의율을 높이고 채무조정 수용 부담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 주담대 채무조정의 경우 채무조정 방법이 일률적이라 금융사들이 이를 수용하는 대신 경매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사 입장에서 채무조정을 수용할 경우 주담대 채권이 증가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발생해서다. 실제 신복위의 주담대 채무조정 실적은 지난 2013년 101건에서 2018년 50건으로 매해 줄어들고 있다.
이번 시행안은 일반형과 생계형 특례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형의 경우 담보채무 10억원 이하의 실거주 주택에 대한 주담대를 30일 넘게 연체한 채무자에 대해 실시된다. 가용소득에 따라 A∼C형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장기분할상환·상환유예·금리인하를 차례로 적용한다. 생계형 특례는 채무자 상환부담 절감의 필요성이 큰 점을 감안해 유형 구분 없이 기존 단일형 프로그램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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