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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PEF와 창업 1세대 '화려한 만남' 고대한다

이철균 시그널부장

탐욕의 화신서 '메기'로 이미지 변신

상반기 대형 딜 18개 중 11건 품어

중기 730곳중 118곳 승계못해 매물

PEF밸류업 결합 땐 구조개혁 가능





외환위기를 겪었던 탓에 사모펀드(PEF)에 대한 인상은 좋지 않다. 그저 탐욕의 화신이었다. 환란의 충격을 틈타 국내 기업을 헐값에 인수한 뒤 막대한 차액을 남기고 되판 칼라일·론스타 등은 물론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소수지분으로 경영권을 탐했던 소버린이 대표적이다. PEF는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 등의 전유물쯤으로도 생각했다. 그랬던 우리 금융산업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PEF가 빠르게 늘고 있고 금융지주들도 앞다퉈 투자은행(IB) 부문에 조직·인력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산업에 또 하나의 성장 축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PEF의 성장은 통계를 통해서도 확연하다. 경영참여형 PEF는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지난 2009년에는 110개에 그쳤다. 지난해만 198개가 새로 생기면서 PEF는 583개로 급증했다. PEF로 새로 편입된 돈(2018년)만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뿐인가. 올해 상반기 1,000억원 이상의 딜이 18개였는데 PEF가 품은 게 11건이다. PEF의 화려한 전성시대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EF의 진격은 탄탄한 성과를 토대로 한 이미지 변신이 한몫했다. 실패한 사례도 있지만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밸류업 전략’으로 눈에 띈 성과를 낸 게 주효했다. 삼양옵틱스를 팔아 인수 가격의 3.5배나 되는 수익을 거둔 VIG의 성공은 하나의 예다. 렌즈 기술력이 뛰어났던 삼양옵틱스는 재무가 악화한 여느 기업들처럼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를 했다. 결국 버티지 못해 매물로 나왔고 VIG는 2013년 삼양옵틱스 지분을 인수한다. VIG는 기술 진입 장벽이 높고 수익을 내는 교환렌즈 사업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삼양옵틱스는 빠르게 정상화됐고 높아진 기업의 가치를 자산으로 해 VIG는 인수 6년 만에 성공적인 엑시트(exit)를 했다. 웅진식품을 샀던 한앤컴퍼니가 유사 업종인 동부팜가야·대영식품을 추가로 인수(볼트온 전략)한 뒤 대만의 퉁이그룹에 비싸게 판 것도 기업가치를 높이는 PEF의 저력을 증명했다.



가치를 키우는 PEF의 능력은 가업을 승계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중소기업에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은퇴 시점이 다가온 창업 1세대들은 상속세의 부담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2세들도 승계에 적극적이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경영권 매각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M&A거래소가 기업매도를 의뢰한 730개 기업(2018년)을 분석한 결과 가업승계를 할 수 없어 매물로 내놓은 기업이 118개나 됐다. 그렇다고 돈이 몰리는 PEF라고 고민이 없을까. 지난해 신설된 경영참여형 PEF 가운데 출자약정액이 1,000억원 미만인 소형은 152개(76.8%)다. 중견·중소기업 경영권 인수나 회생기업, 가업승계 매각 물량 등을 소화하면서 틈새를 공략해 먹거리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가업승계로 골머리를 앓는 중소기업과 투자처가 없는 PEF가 최적의 만남만 이뤄지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는 근거다.

이를 간파한 정부도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8월 5,290억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조성했고 이를 PEF에 출자한다. 모험자본의 역할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의도인데 전통제조업에서 정보기술(IT) 산업으로의 구조변화를 이끌 수 있다. 이를 위해 PEF에 굴레였던 규제도 푼다. PEF의 10% 지분보유 의무, 의결권 제한, 대출금지 등을 푸는 게 골자다.

이쯤 되면 판은 깔렸다. 하지만 너무 잘나갈 때 탈이 나고는 한다. 대형 PEF의 한 경영진은 “(PEF의) 질적·양적 성장을 위한 제반의 여건이 갖춰졌는데 탐욕에 먹튀나 법 위반 등의 사례가 나올까 겁난다”고도 했다. 다소 거품이 끼었다고 느낄 정도로 PEF의 활약이 화려한 탓이다. 선택은 결국 PEF 종사자들의 몫이다. 금융산업의 파이를 키우고 산업구조 변화의 주역이 될지 아니면 단기차익을 좇는 탐욕의 화신으로 남을지….
/fusionc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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