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평화협상을 시작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중부에서 정부 건물을 겨냥한 폭탄 테러를 저질러 최소 14명이 숨졌다. 잇따른 탈레반의 테러 공격은 전투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과의 협상에서 발언권을 강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아프가니스탄 중부 가즈니에 있는 정보기관인 아프간 국가안보국(NDS) 건물 근처에서 차량에 적재된 폭탄이 터졌다.
폭발 충격으로 NDS 소속 보안요원 8명과 민간인 6명 등 최소 14명이 숨지고, 180여명이 다쳤다고 가즈니시 당국이 발표했다. 특히 폭발 충격으로 인근에 있는 학교 문과 창문이 부서지면서 수업을 듣던 학생들의 피해가 컸다. 가즈니 보건당국에 따르면 사상자 가운데 61명(사망자 1명·부상자 60명)이 학생이다.
탈레반은 자신들이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고 밝혔다고 익스프레스트리뷴과 로이터 등이 전했다. 탈레반은 18년간 이어져 온 전쟁을 끝내기 위해 미국과의 평화협상에 나서면서도, 거의 매일같이 아프간 정부군에 대한 공세를 펴고 있다.
실제 이번 공격도 카타르 평화 회의 개시 몇 시간 전에 일어났다. 탈레반과 미국은 지난달 29일 탈레반의 대외 창구 사무소가 있는 카타르 도하에서 7차 평화협상을 시작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이번 테러를 규탄하면서 카타르 회담에 나선 탈레반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가니 대통령은 “그들은 매일 죄 없는 아프간 사람들의 피로 손을 더럽힌다”며 “민간인, 특히 어린이들을 목표로 한 폭탄테러를 통해 평화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지려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지난 5일에도 아프가니스탄 북부 파옙주의 시장에는 박격포가 떨어져 민간인 최소 14명이 숨지고 39명이 부상했고, 가즈니 시 이슬람사원에도 폭탄이 터져 신도 2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했다.
미국과 탈레반 관계자들은 오는 9일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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