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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리더의 퇴행은 조직의 퇴행을 초래한다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7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조직에서 항상 잘나가는 리더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정도 받고 존경까지 받는다면 말 그대로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실의 리더는 괴롭다. 자칫하면 퇴행현상이 나타나 진짜 절벽 끝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이미지=셔터스톡




조직에는 많은 변수가 존재하며 그 변수들은 서로 충돌해 불확실하게 변질된다. 그 과정에서 리더는 별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운이 좋아 좋은 일을 겪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히 리더는 조직에서 역할의 무게만큼이나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고 또 그 과정에서 좌절도 경험한다. 물론 적절한 좌절은 조직생활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건강한 긴장을 줘 재도약의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좌절의 빈도와 강도가 예상외로 심화하면 상황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요즘 불안하지 않은 리더가 있을까? 불안한 리더가 뜻하지 않은 위기에 직면했을 때 보이는 부적절하고 품위 없는 행위가 바로 ‘퇴행(Regression)’이다. 퇴행이란 ‘극도의 스트레스와 좌절을 경험했을 때 현재의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에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던 미성숙한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리더답지 못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갈수록 심화하는 단기실적주의와 비용 절감, 세대갈등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리더는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다. 더욱이 ‘패자부활전’이 없는 우리 사회에서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실패와 후회를 겪게 된다는 점에서 좌절은 곧 죽음일 수 있다는 거칠고 과격한 상상을 너무나 쉽게 허락한다.

누구나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 누구나 좌절할 수 있고 무너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점차 리더의 회복탄력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리더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조직적·경제적·가정적 기반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부하직원은 고사하고 본인 몸 하나도 추스르기 버겁다. 어쩌면 퇴행은 코너에 몰린 리더의 자연스러운 선택이고 본능적인 자기방어인지도 모른다.

리더가 퇴행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역할 과부하’다. 여유 있는 조직이 없다. 돈도 없고 사람도 없다. 없는 상태에서 뭔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리더의 몫이다.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리더의 숙명이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하는 것인 양 마른 수건도 짜내야 하는 형국에 리더는 노출되어 있다. 힘들지 않다면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신체적 혹은 심리적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넘으면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이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리더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현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거나 더 이상 불리해지지 않기 위한 행위를 감행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일이 없으면 자리도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업무를 위임하지 못하고 혼자서 잔뜩 끌어안고 버티다 번아웃 되는 경우도 있다. 주변에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에 책임지지 않거나 실패하지 않기 위해 모든 일을 부하직원에게 무조건 떠넘기거나 아예 모든 책임을 부하직원에게 떠넘겨버리는 경우도 있다. 본인이 책임질 부분을 최소화하거나 회피하기 위해서다. 장기적으로는 본인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리더 자신을 더욱 고립시키게 되는 것이 퇴행이다. 상황이 악화하거나 리더 본인이 감당하기 힘겨운 지경에 이르면 해서는 안 될 부도덕한 행위나 치명적인 후폭풍이 예측되는 고의적 실수를 감행하는 과오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처럼 역할 과부하는 불리해진 리더를 더욱 나쁘게 만드는 퇴행의 큰 원인이 된다. 또한 역할 과부하는 모든 리더에게 공통된 상황이란 점에서 반드시 조직이 개입하여 조정할 수 있는 담당 부서와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퇴행이 전염도가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리더 개인적으로도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효과적인 권한 위임을 배울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리더십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본인은 불안하지만 조직은 냉정하다. 리더의 퇴행은 조직 이전에 본인이 먼저 망가진다는 점에서 퇴행의 가능성과 예방을 리더 본인은 물론이고 조직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리더 퇴행의 책임 절반은 조직에 있고 어쩌면 조직이 리더의 퇴행을 초래하게 한 가해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리더의 퇴행은 조직의 퇴행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능력의 고갈’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모든 지식과 정보가 끊임없이 변한다. 리더가 챙겨야 할 지식과 정보 또한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어느 누가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지 않겠는가? 어느 누가 인정받고 싶지 않겠는가?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고 함께 할 만한 부하직원마저 없다면 리더의 무력감은 반복되고 점점 지쳐간다. 의지할 곳 없는 리더가 일을 회피할 수도 없고 감당하기도 어렵다면 방법은 하나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양심도 없고 염치도 없는 욕먹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나쁜 리더가 되는 것이다. 완전히 침묵하며 자신의 역할을 거부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뻔뻔함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남들이 좋아할 리 없고 안전할 리 없다. 도움을 받지 못한 리더의 퇴행은 왕따 그 자체가 된다. 또한 세상에서 혼자 고립되었다는 고독과 무기력에 젖어 가정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리더의 퇴행은 곧 리더의 종말과 같은 것이다. 무늬만 리더이지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더욱이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초조함은 리더의 퇴행을 더욱 악화시킨다. 가정에 대한 책임, 조직으로부터의 배제, 주변인과의 이별, 스스로에 대한 패배의식 등 리더의 퇴행은 시간이 갈수록 회복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조직과 리더 개인이 용기 내어 예측되는 퇴행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 마음 챙김(Mindfulness) 혹은 자기자비(Self-Compassion)와 같이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론이 주목받고 있다. 지금이라도 조직차원이나 리더 개인차원에서 이러한 자기관리 혹은 통제 방법에 관심을 갖고 자신을 치유할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자신을 치유할 의지마저 사라지게 전에 그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이 글을 쓰는 내내 괴로웠다. 퇴행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더의 퇴행은 이미 존재하는데 아직 수면 아래 가려져 있다는 생각에서 리더의 퇴행에 대한 경각심을 공유하고자 했다. 해법의 아쉬움은 있지만 문제 제기의 진정성을 봐서 무책임한 글에 대한 용서를 바란다. 아무쪼록 우리 사회 수많은 리더가 용기를 회복하고 퇴행을 극복하여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도움을 받아야 할 리더보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리더가 부족해지는 순간이 오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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