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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獨佛, 어떻게 敵에서 최고 파트너가 되었나

신경립 국제부장

1950년대 공산권 저지에 한뜻

獨佛정상, 적대적 국민감정에도

신뢰 기반 협력관계 구축에 앞장

한일관계, 경제 보복전땐 악순환

국익수호 위해 지도자 직접 나서야





프랑스 파리 외곽의 우거진 녹음 속으로 독일과 프랑스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손을 맞잡고 귓속말을 나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앞에는 독·프 화해를 기념하는 명판이 놓여 있다.

유럽의 ‘단짝’으로 통하는 두 정상, 일명 ‘메르크롱(메르켈+마크롱)’과 독·프 두 나라의 긴밀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모습은 1차대전 종전 10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 10일 파리 북부 콩피에뉴 숲에서의 한 장면이다. 약 2개월 뒤 이들은 독일 아헨시에서 새로운 양국 우호조약을 체결하며 또 한 번 전 세계에 우의를 과시했다.

유럽연합(EU)을 이끄는 쌍두마차로 호흡을 맞추는 독일과 프랑스는 오랜 세월 친구가 아닌 ‘적’으로 지내왔다. 국경을 맞댄 두 이웃 나라는 1870년 보불전쟁으로 시작해 2차 세계대전까지 70년간 세 차례나 대규모 전쟁을 치른 앙숙이다. 콩피에뉴 숲은 그 험난했던 역사의 현장이었다. 1918년에는 1차대전에 패배한 독일이, 1940년에는 독일 나치에 패배한 프랑스가 이곳에서 서로에게 항복 서명을 했다.

그랬던 양국관계는 1950년대 들어 바뀌기 시작했다. 전쟁 재발을 막고 전후 수립된 냉전체제에서 공산권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서독과 프랑스가 손을 잡아야만 했다.

하지만 ‘당위성’을 현실로 만든 것은 양국의 지도자들이었다. 독일연방공화국(서독) 초대 총리 콘라트 아데나워와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피폐한 민심과 적대적인 국민감정을 무릅쓰고 국익을 위해 양국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의지력을 공유한 두 정상은 1958년 처음 만난 후 4년간 약 40통의 편지를 주고받고 열다섯 차례 회동했으며 100시간이 넘게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렇게 쌓아 올린 신뢰는 1963년 1월22일 일명 과거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독·프 협력시대를 연 화해협력조약, 일명 ‘엘리제조약’ 체결로 결실을 거뒀다. 이후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와 조르주 퐁피두 프랑스 대통령, 헬무트 콜 총리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자크 시라크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니콜라스 사르코지·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으로 이어진 양국 정상은 늘 얼굴을 마주하며 같은 방향으로 걸어왔다. 물론 크고 작은 문제는 있었지만 소통의 힘으로 결국 해결책을 찾아냈다.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오랜 적국에서 긴밀한 파트너로 변모한 독·프 관계의 기반은 사랑이 아니라 존중이다.

장황하게 이 두 나라에 대해 언급한 것은 꽉 막힌 한국과 일본 관계의 돌파구를 이들의 역사에서 찾을 수 없을까 해서다. 해방 후 70년이 넘도록 앙금을 풀지 못한 채 ‘가깝지만 불편한’ 이웃으로 지내 온 한일관계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의 대(對)한국 경제보복이라는 초유의 지경에 이르렀다. 일본의 추가 조치 예고와 한국의 맞대응이 예고되면서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9월을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소통은 단절됐고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비난과 경고를 주고받는 사이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졌다. 여론은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인 대다수는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를 지지하는 가운데 한국인들은 일본 제품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현재로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지금과 같은 ‘강 대 강’ 대립을 이어가며 보복의 악순환으로 빠질 수는 없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는 위기국면에서 경제 보복전으로 양국이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지금 현실적으로 양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대화와 외교의 노력뿐이다. 역사 문제에서 접점을 찾을 수 없다면 일단 경제보복의 총구라도 거둬야 한다. 다만 실무선에서 접점을 찾기에는 양측의 간극이 너무 크다. 뒤얽힌 역사와 경제 문제를 다시 떼어놓으려면 두 정상이 얼굴을 마주 보고 정치적인 타협점을 찾는 수밖에 없다. 들끓는 여론 속에 이는 두 정상 모두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지만 그것이 국익을 지켜야 하는 지도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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