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두뇌들이 유사 이래 최대의 지원을 받는 세대들을 가르치며 서로 엉망이 된다.’
현재 우리 학교 교육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이쯤 될 것이라는 게 교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무기력해진 교단, 초점을 잃은 아이들, 표류하는 입시제도 등 교육과 관련해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가동되는 게 없다는 것이 교육계의 자가 진단이다. 최고의 인재들이 최상의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우리 학교는 교육도, 입시도, 인성도 무엇 하나 건질 것 없이 처참히 실패했다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입시 위주 교육의 주범이 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대한 지정 취소 절차가 진행되고 일반고 역량 강화 방안 등도 도출된다고 하지만 이로 인해 잃어버린 활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그리 크지 않다.
교육의 실패를 따라가다 보면 지난 20여년 이상 진행된 ‘수월성 외면 교육’과 만난다. 가장 멀어야 할 교육과 정치가 혼연일체가 된 지 오래지만, 유일하게 보수와 진보가 손잡는 부분이 다름 아닌 ‘쉬운 교육’이다. 하지만 정치권 및 일부 교육단체를 제외한 국민 다수는 이런 교육에 동의하는 것 같지 않다. 선택을 다양화하되 집중을 외면한 정부 정책에 대학들이 공통이수 과목을 지정하며 학습량 강화를 추진했고, 학부모들은 입시 부담의 주범이라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형의 비중 강화를 지지하며 정책 변화를 이끌어냈다.
축구를 잘하는 아이들을 더 잘하도록 가르치고, 음악을 잘하는 아이들이 재능을 빛내도록 도와주는 것과는 달리 학습 분야에서만큼은 ‘모두에게 입시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명분이 산처럼 서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일반고의 30~40%가 전국 공통 평가인 수능 대비에서조차 ‘열외’ 상태가 됐다는 입시 기관의 분석에도 귀를 막은 듯하다.
현재의 일반고는 말 그대로 ‘무(無) 경쟁’의 ‘후기고’다. 각종 고교에 지원했다 떨어지면 가게 되는, 0~99%가 함께 모인 장소다. 교실당 학생 수가 줄어든 가운데 이처럼 분포도가 넓어지면 한 교실에서 동일한 학습 분위기가 조성되기는 무척 어려워진다.
이런 현상의 대안을 대학 서열화 개선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근 시일 내에 통할 리 없고 사실상 아무런 개선도 추진할 수 없게 만드는 이런 방향성에 힘이 실리면 일부의 특권은 더욱 공고해진다. 실질적 평등을 외면한 균일한 평등의 결과는 늘 이랬다.
엉킨 교육의 실타래를 풀려면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한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입시 공부를 할 권한을 돌려줘야 한다. 정부의 할 일은 경쟁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틀을 보장하는 일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인재밖에 없는 나라에서 언제까지 ‘인재 외면 정책’이 계속될지 씁쓸하기만 하다.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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