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러시아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불리는 S-400 ‘트리움프’ 방공미사일 시스템 2차분 포대를 곧 인계받을 예정이다. 실전배치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사드 배치를 격렬히 반대했던 중국이 정작 자신들은 더 빠른 속도로 시스템을 늘리면서 중러 군사밀착을 과시하고 나선 것이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러시아 타스통신 등을 인용해 러시아산 S-400 시스템 2차분을 실은 선박이 발트해의 러시아 항구를 출발해 조만간 중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4월 타스는 러시아가 중국에 판매하는 S-400 2차분이 납기 예정일보다 수개월 빠른 7월 말에 인계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이 러시아와 S-400 공급계약을 맺은 것은 한국에서 사드 논란이 불거지기 훨씬 전인 2014년이다.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에 3개 포대를 사들이는 구매계약으로 포대 한 개는 연대 규모다. 지난해 7월에는 1차분 포대가 중국에 도착해 같은 해 12월 시험가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머지않아 3차분 공급도 이뤄질 예정이다.
S-400은 레이더 최대 탐지거리 700㎞, 미사일 최대 사거리 400㎞에 달하는 중장거리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으로 산둥반도 등 중국 동부해안에 실전 배치될 경우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다. 한꺼번에 100개의 표적을 추적하고 동시에 6개의 표적을 격추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으며, 특히 일반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는 미국의 B-2폭격기, F-35전투기 등 스텔스기 탐지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도 중국의 S-400 도입을 경계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9월 중국군의 무기 구매 및 개발을 담당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소속 장비발전부와 그 책임자인 리상푸 부장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중국의 러시아산 S-400과 수호이(Su)-35전투기 구입이 미국의 ‘러시아 제재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미국의 제재에도 중국이 S-400 2차 도입분을 서둘러 들여오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체제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지금까지 한국의 사드 배치를 거세게 비난해온 중국이 러시아 S-400을 도입하는 것은 중국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중국은 24일 공개한 ‘2019국방백서’에서도 “미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 지역국가(중국)의 전략 및 안보이익을 크게 훼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은 한국에 사드 배치를 핑계로 지난 3년여간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기도 하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의 S-400 운용은 한국군이나 주한미군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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