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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의 절반은 가짜입니다. 마음의 허기부터 채우세요"

이장주 박사의 '과식사회' 가 던지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

먹방시청, 과식 반복하는 다이어트 원인은 정서적인 허기 탓

<퇴근길인문학수업-관계(백상경제연구원 엮음, 한빛비즈 펴냄)>





“대체로 음식을 먹을 때 포만감을 느끼면 수저를 놓게 되는데 배가 불러도 멈출 수가 없다면 왜 그런지 살펴야 합니다. 분명 위장을 거쳐 뇌에서 보내는 허기가 아니라 마음이 보내는 외로움의 신호이니까요. 굶주려 배가 고픈 게 아니라 외로워서 마음이 허전하다는 것이지요.”

지난 5월 출간한 <퇴근길인문학수업- 관계(백상경제연구원 엮음·한빛비즈 펴냄)> 에 ‘과식사회’라는 주제로 원고를 쓴 심리학자 이장주(사진) 박사는 정서적인 불안감이나 외로움으로 과식을 하는 현대인의 심리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다이어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강박증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 박사는 사회 심리학적인 차원에서 ‘중독’을 연구해 온 전문가다. 사회심리학은 사회의 상황요인이 개인의 행동과 생각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 그리고 개인과 공동체간의 상호작용에는 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심리적 측면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박사는 “인간의 심리적 갈등은 개인의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서 발생한다고 보고 원인을 찾아 해결해나가기 위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소개하면서 “이를테면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데 부모가 죄책감을 느낀다면 사회심리학적 차원에서 볼 때 원인분석이 잘못된 것이다.

내 탓과 남 탓을 구분할 수 있도록 이론과 학설을 연구하는 영역이 바로 사회심리학”이라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개인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과 사회적인 요인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9시 출근, 6시 퇴근을 표준 일상으로 정하고 이를 벗어나면 불안해 하고 긴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개인화된 삶 속에서 선택한 소소한 일탈이 바로 과식 혹은 ‘먹방’ 시청”이라면서 “마음 속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마음 밖에서 잘못된 원인을 찾는다면 굳이 불안하고 외로워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다이어트 만능 사회에서 날씬해지고자 하는 강박관념은 현대인의 누적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음식이란 마음을 나누는 것”이라면서 “긴장을 이완하면 포만감이 쉽게 찾아오는데, 가짜 허기에 시달리는 이유는 심리적으로 억눌려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박사는 “한 집에서 함께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식구(食口)’라고 하는데, 식구처럼 편안한 사람과 밥을 먹을 때는 긴장하지 않듯이 마음 편히 음식을 먹어야 포만감도 쉽게 온다”면서 “바비인형처럼 S 라인에 8 등신의 마른 체형을 미인의 전형적인 몸매로 보는 관점은 미디어가 만든 허상일 뿐 표준 미모나 체형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다. 개인의 정서를 혹사시키지 않고 각자에게 맞는 식습관을 찾는다면 반복되는 다이어트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박사는 컴퓨터 게임의 과몰입에 관심을 두고 오랜 기간 연구를 해 왔다. 그는 2022년 새로운 질병분류체계에 게임 중독을 편입하겠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비쳤다. 이 박사는 “게임에 과몰입한다고 해서 이를 질병이라고 한다면, 쇼핑에 몰입하는 것도 중독 증상으로 질병에 편입해야 한다”라면서 “돌이켜보면 자라면서 누구나 좋아하는 것에 한 번씩 빠졌다가 자연스럽게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굳이 게임만 질병으로 편입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컴퓨터 게임이 성장기의 뇌와 학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알려주는 교육을 통해 과몰입에서 벗어나 자기 통제력을 키우고 건전한 취미활동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과식사회’에서 먹는 것만 보면 입으로 가져가는 인류의 본능이 어디에서 기인했는가를 점검하고, 무한 반복의 루프를 벗어나지 못하는 다이어트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한 심리적 진단을 제시한다. 아울러 정서적인 허기를 달래기 위해 과식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이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밥, 혼술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만약 혼자 먹는 행위가 자연스럽지 않다면 소셜 다이닝 등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서로 연대해 나가는 문화를 조성해 나간다면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식구를 만들지 않아도 건강한 공동체를 이뤄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글·사진=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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