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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플랫폼노동자 54만명 달하는데...제도는 '낫·망치시대' 머물러

[한국판 노동 4.0 大計 만들자]

<상>노동 定義부터 재정립하라 -수명 다한 구시대 정책

투잡 뛰는 강사·카페서 업무보는 직장인 일상화돼도

노동유연성·사회안전망 지원은 '굴뚝경제' 그대로

천편일률 정책 벗어나 시장·수요자 맞춤형 개혁 필요





우버이츠 배달 파트너가 편의점에서 상품을 전달받고 있다./사진제공=우버코리아


# 메이크업 강사 문예람씨는 재능공유 플랫폼 ‘탈잉’으로 수강생들을 모집해 1주일간 15~17회가량 메이크업 수업을 진행한다. 탈잉을 통해 중개되는 메이크업 강의수업료는 1인 기준 시간당 1만~5만원으로 다양한데 문씨는 시간당 2만5,000원~3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문씨는 처음에는 본업과 병행해 ‘투잡’으로 강의를 했지만 최근에는 탈잉뿐 아니라 다른 플랫폼에서도 강의를 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문씨는 “처음에는 사람들과 재능을 공유할 수 있는 재밌는 경험을 하고 싶어 시작했지만 수업이 점차 인기가 많아지면서 일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플랫폼 수업을 중심으로 여러 일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과 클라우드 등이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익숙하지 않은 단어였던 ‘플랫폼 노동’은 최근에는 배달기사나 강사 등 여러 형태의 일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또 직장 사무실이 아닌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리모트 워크(Remote Work·원격 근무)를 시도하는 스타트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고용시장에서의 근로 환경은 이처럼 급변하고 있으나 관련 정책은 아직도 ‘낫’ ‘망치’와 같은 작업도구로 대변되는 구시대적인 노동환경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제도정비가 시급하다.

◇급증하는 플랫폼 노동자=플랫폼 노동은 애플리케이션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특정 플랫폼을 통해 일거리를 받아 서비스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이미 배달의민족·쿠팡·우버이츠 등을 이용한 배달업무에서부터 탈잉·크몽 등을 통한 재능 공유, 타다 등 모빌리티 플랫폼을 활용한 운송업까지 다양한 일자리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노동자는 전체 취업자 대비 1.7~2.0% 수준인 47만~54만명에 달한다.

오전9시 출근해 오후6시 퇴근하는 정규직 일자리를 위한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없다 보니 플랫폼 노동의 장단점은 명확하게 갈린다.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일의 자율성이다. 실제로 우버코리아가 7월 초 배달대행 서비스 우버이츠의 ‘배달 파트너’ 중 300여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이 같은 장점을 활용해 약 60%가량이 배달일을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시간·요일에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간·공간 제약 사라진 리모트 워크=IT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만들어냈다. 최근 스타트업들은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와 업무용 메신저 슬랙 등을 이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일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인 ‘로켓펀치’는 15명의 직원들이 서울과 인천, 제주, 미국 뉴욕, 일본 도쿄, 호주 시드니 등 곳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한다. 사무실도 없고 꼭 지켜야 하는 하루 업무 시간도 없다. 일반적인 기업들은 직원이 몇 시에 사무실로 출근해 몇 시간 동안 일을 했는지 평가한다면 로켓펀치는 업무의 과정과 결과를 모니터링한다.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는 “자신이 할 일에 대해 자유롭게 일정을 세우고 업무를 하면 되기 때문에 눈치 볼 일도 없고 만족도가 올라가게 된다”고 밝혔다. 리모트 워크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출퇴근에 얽매일 필요 없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 역시 여러 지역에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게 된다.

지난 4월 서울 디캠프에서 열린 ‘리모트워크로 스타트업 밋업’ 참석자들이 리모트워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제공=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시대변화 못 따라가는 고용·노동정책=하지만 자율성은 동전의 양면처럼 불안정성과도 연결된다. 플랫폼 노동은 자영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소득이나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며 보험 등 사회안전망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특수고용 노동자로 확대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 택배 기사 등 일부 직종만 먼저 가입이 허용될 뿐 다른 플랫폼 노동자들은 이후에야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근로장소와 업무환경은 고정된 사업장이 아니라 고객 요구 등에 따라 유연하게 바뀐다. 업무지시 및 배분, 급여·성과보상체계도 전통적인 산업군에서 보던 관행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반면 현재의 고용제도와 노동정책은 여전히 기존의 제조업 공장이나 서비스 매장과 같은 고정사업장 중심으로 틀이 짜여 있다. 예를 들어 주 52시간 근로제 방식을 플랫폼 노동자의 사업장에 적용할 경우 근무시간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정확히 측정할 것인지에서부터 쉽지 않다. 전통적인 산업 현장에서는 근로자의 권익을 위해 당연시되는 각종 사회보험 적용 지원정책의 경우도 투잡 등을 뛰며 기존 직장에서 이미 사회보험을 상당 부분 적용받는 노동자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천편일률적인 사회보험 비용 지원보다는 고용자의 수요에 맞춰 교육훈련 지원, 보육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못지않게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해소가 함께 병행돼 근로자와 사용자 간 제도적 수혜의 균형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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