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일 술에 취한 상태로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제외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수조 원의 예산을 심사하는 예결위원장의 태도로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각에선 “위원장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밤 11시께 추경 예산안 심사를 위해 교섭단체 3당 예결위 간사들과 만나러 가는 자리에 술에 취한 채 나타나 “우리 당에서는 국채발행 규모를 줄이자 하고 민주당은 3조 이상 국채 발행해야 한다는 차이밖에 없다”며 “총액을 결정하느라 계속 (협의를)하고 있다. 거의 마지막 단계”라고 설명했다. 추경 총액을 둔 여야 간의 줄다리기가 마지막 국면에 들어간 상황에서 예결위원장이 음주를 한 상태로 회의에 들어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비틀거리며 걷고 서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장의 기자들은 “김 위원장이 말할 때 술 냄새가 났다”고 증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추경안 통과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국회 예결위원장실을 방문한 홍 부총리를 향해 김 위원장은 “부총리가 되면 예결위원장을 무시해도 되는가. 이렇게 화를 내고 겁박을 하고”라며 언성을 높였다. 고성이 오간 후 홍 부총리는 굳은 얼굴로 위원장실을 나왔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태도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급박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정말 분노가 치민다. 추경을 99일간 지연시키다 막판에 무리한 감액을 요구하며 몽니를 부리다 혼자 음주했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추경 심사를 어저께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한국당이 임하지 않았다는 아주 단적인 증거라고 본다”며 “예결위원장으로서는 사실 자격 상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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