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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주도권 2년내 中에 뺏길수도...혁신생태계로 日 도발 넘어야"

[고광본 선임기자의 청론직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반도체 주도권 2년내 中에 뺏길수도...혁신생태계로 日 도발 넘어야'
황철주 주성엔지어링 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일본의 경제도발로 미증유의 난국을 맞고 있다”면서 “기술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지속성장할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반도체 장비에서 ‘혁신의 신화’를 써온 황철주(60)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일본의 경제 도발로 우리 반도체 업계가 심하면 2년 내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이 노리는 게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속도를 늦춰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데 있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했다. 황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난 데 이어 5일 추가로 전화 인터뷰를 갖고 “지금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보다 더 힘든 상황”이라고 경고한 뒤 “정부와 대기업이 리더십을 발휘해 기술가치를 보호하는 혁신성장 생태계를 만들고 대·중소기업 상생과 기업가정신 고취의 기회로 삼는다면 극복해낼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5일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며 경제가 심상치 않지만 결국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낸 저력을 되살려 민관이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게 황 회장의 생각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日 경제도발은 韓 4차 산업혁명 속도 늦추겠다는 심산

中에 반도체 추월 우려…성장동력 고갈, IMF때보다 위기”



-2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를 제외한 목적은 뭐라고 보나.

△4차 산업혁명을 아무리 잘해도 속도에서 늦으면 진다. 올림픽에서 100m 달리기 선수도 골인 지점에는 도착하지만 가장 빨리 들어가야 1등이다. 일본이 먼저 들어가겠다는 뜻이다. 매 건에 대해 허가받느라 시간이 걸리면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세계 경쟁에서 패한다. 한국에 안 팔겠다는 게 아니라 속도를 늦추겠다는 것이다. 돈은 벌되 대한민국 경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붙여 힘들게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한마디로 ‘꿩 먹고 알 먹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 도발로 중국이 어부지리를 볼텐데.

△모든 핵심 산업에서 우리의 시간을 늦추고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투자해도 완성이 늦어지게 된다. 중국과 미국 마이크론이 덕을 볼 텐데 중국이 더 무섭다. 공정한 경쟁체제라면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격차가 5년 정도이지만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2년 안에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

-그렇게 심각한 상황인가.

△진짜 심각한 기로에 섰다. 산업·경제적으로 정말 위험하다. IMF 때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본다. 그때는 성장동력이 있어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이 계속 일어나 일본을 추월했다. 현금흐름만 나쁘고 기술경쟁력이나 산업생태계 등 성장동력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은 현금흐름은 좋아도 성장동력이 거의 고갈돼 있다. 중국이 우리를 추월하고 있고 여러 분야에서 거의 따라잡혔다. IMF 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에 나서 세계가 놀랄 정도로 단기간에 위기를 극복했는데 그런 저력이 점점 사라졌다. 대·중기 상생과 기업가 정신을 고취해 지속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우리나라에 반도체 빼면 뭐가 있는가. 미래산업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할 수도 있다. 문제는 가속도가 떨어진 뒤 다시 불을 붙이려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무엇보다 인공지능(AI)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AI·빅데이터·자율주행차는 지도를 그리는 역할을 하는데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표준을 그리려고 한다. 우리가 기술을 잘 만들어도 그들이 표준으로 삼지 않는다. 옛말에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라’고 했다. 반도체는 AI·빅데이터·자율주행차 등 신기술과 신산업의 핵심이다. 반도체가 무너지면 모든 산업 생태계가 무너진다. AI·빅데이터·자율차가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확률은 낮지만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라는 핵심기술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AI·빅데이터·자율차 등이 신산업 아닌가.

△뜬구름만 잡지 말자는 뜻이다.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나라가 돈을 벌 수 있는 기술과 산업은 아니라고 본다. 성장동력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다른 사람이 하고 미래에 필요하다고 해서 거기에만 몰려서야 되겠나.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씀인데 일본의 도발로 빨간불이 켜졌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하나가 펑크 나면 올스톱되는 구조다. 일본이 지난 7월4일 수출규제 조치를 내린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세 가지 핵심소재의 기술 난도는 높지 않다. 하지만 보도를 보면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는 국산화했는데도 신뢰성 때문에 대기업이 써주지 않아 내재화되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경제의 위험요소가 여기에 있다.

“국내 중견·중기 ‘원천기술 인정·보호’가 혁신 첫단추

대기업 상생 힘쓰고 정부는 기업가정신 고취 뒷받침을”

-대기업이 국내 소재·부품·장비를 개발해도 잘 안 써주는 게 위험요소라는 말인가.

△그렇다. 기술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중소·중견기업이 핵심기술을 개발해도 보호가 안 된다. 대기업이 가전·자동차·반도체 등 원천기술 없이 외국기술로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희생을 통해 성장했는데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세계와 경쟁하느라 여유가 없다’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되짚어봐야 한다. 혁신과 신뢰를 다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기술탈취를 막는 게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의 첫 단추라는 것인가.

△맞다. 기술 탈취가 이뤄지면 혁신 주체가 없어진다. 기술 가치를 인정해야 창업이나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고 대기업도 지속성장할 수 있다. 혁신의 가장 큰 적은 기득권과 고정관념인데 대기업에서는 인재들이 한 번 실수하면 경쟁에서 탈락한다며 리스크나 모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대기업들은 당초 기술이전을 받거나 모방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키워왔는데 이제는 다시 절실하게 혁신해야 한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모방했고 우리를 추월하지 않나. 스타트업도 기술을 뺏기고 인정 못 받는 생태계가 30년 이상 돼 기술혁신 의지가 사그라들었는데 되살려야 한다. 대기업은 맹수가 정글에서 먹이사슬이 유지돼야 굶어 죽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물을 깊게 조성하지 않고 고기만 키우려는 식이라는 뜻인가.

△비유하면 그렇다. 혁신성장 생태계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탈취를 하면 징벌적 보상이 아니라 징벌적 처벌을 해야 한다. 기술을 탈취하는 곳은 사업을 못하게 해야 한다. 대기업도 혁신기업을 사들여 세계시장에 나가는 게 빠르다. 미국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창업생태계와 활발한 M&A에 있다. 혁신의 주체인 창업기업과 신뢰의 주체인 대기업이 협력해야 한다.

'반도체 주도권 2년내 中에 뺏길수도...혁신생태계로 日 도발 넘어야'
황철주 주성엔지어링 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일본의 경제도발로 미증유의 난국을 맞고 있다”면서 “기술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지속성장할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국가 연구개발(R&D) 생태계도 미흡한데.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 20조원 규모의 정부 R&D 자금도 나눠주기 식이고 미국·일본·유럽을 좇아가는 식이라 결과가 안 나온다. 10년 후 성장동력을 염두에 두고 사람과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당장 돈을 벌려고 나눠주고 그 과정에서 서로 헐뜯으면 안 된다. 혁신의 지도를 명확히 그려야 한다. 동네축구처럼 R&D가 유행 따라 이쪽저쪽 몰려다니면 되겠나.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생색내며 R&D 정책을 펼치니 시작은 좋은데 결과는 껍데기밖에 남지 않는다. 5일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등 핵심품목 100개를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정책을 내놨는데 새로운 동력으로 만들기 위한 실행 의지가 중요하다. 리스크 극복에 팔을 걷어붙인 공무원과 대기업 실무 책임자에게는 인사 혜택을 줘야 한다. 국산화 시 공정한 평가를 통해 의무 도입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출연연·대학·대기업·중소기업이 합심해야 한다.

-정부의 리더십 발휘도 제대로 안 되는데.

△국가는 기업가와 사업가, 전문경영인이 균형을 갖춰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창업·도전정신이 있는 기업가는 별로 없고 그 바탕에서 성장하는 사업가마저 적다. 오히려 단기 실적만 추구하는 전문경영인에 의해 움직인다. 정부나 대기업이나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고 해 산업 생태계가 위험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마른 수건을 짜고 또 짜는 식이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구매 책임자도 2년 이상 가기 힘들어 장기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기 힘든 구조다. 정부가 부모가 아닌 이웃집 아저씨 역할에 머무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저력이 있는 국가 아닌가.

△바로 그 점이다. 일본은 벤처가 육성되지 않고 새로운 산업과 기술 개발 속도가 많이 늦어진 상태다. 우리는 빨리빨리 움직여 혁신할 수 있다. 20여년 전 ICT 강국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것도 우리가 혁신했기 때문이다. 당시 레인콤이 일본 워크맨을 퇴출시키지 않았나. 그런데 망할 위기에 있던 애플이 결국 승자가 됐다. 그때 대기업이 레인콤을 M&A했다면 상생할 수 있었다. 그만큼 대·중기 상생과 정부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kbgo@sedaily.com

He is…

1959년 경북 고령 출신인 황 회장은 1993년 창업 이후 반도체 공정장비를 개발하며 모방하지 않고 세계 최초 기술을 18개나 만들었다. 특허는 무려 2,100개가 넘는다. ‘중소기업이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크다. 그는 “누가 빨리 잘하느냐는 열정과 절실함에 있다”며 “경쟁우위는 가격이나 기술력이 월등히 좋거나 남이 안 하는 것을 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50여개 반도체 공정장비를 만들어 미국·일본·대만·중국·싱가포르·유럽 등에 수출한다. 앞으로는 중국시장이 제일 커질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태양광까지 포함해 20여개국 50여개사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업체에 수출한다. 그는 한국벤처기업협회장을 역임한 뒤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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